중국 보건당국은 지난 17일 톈진에서 110일 만에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베이징 감염자에게서 옮은 무증상 감염자로부터 전염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확진자는 무증상 감염자로 인한 코로나19 전파 경로가 얼마나 복잡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톈진 호텔 주방에서 일하는 이 남성은 확진 판정을 받기 2주 전까지 다른 지역을 여행하거나 확진자 또는 의심환자와 접촉한 적이 없었다. 그는 호텔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가끔 냉동 해산물을 씻고 다듬는 일을 해왔다. 호텔 직원 가운데 7명이 베이징에 다녀왔지만 집단 감염 발생지인 신파디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방문한 사람은 없었다. 또 이들 중 아무도 이 남성과 가까이 접촉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지난 19일 호텔 주방장을 검사하면서 실마리가 발견됐다. 무증상 감염자인 이 주방장은 세 차례 핵산 검사에서 음성이었지만 혈청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최근 베이징을 수차례 오갔던 것으로 조사됐다. 황아이룽 중국 충칭의과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의학 전문지 네이처메디컬에 게재한 논문에서 “무증상 감염자가 유증상 확진자보다 더 오랜 기간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3일 보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무증상 감염자 37명의 평균 바이러스 전파 기간은 19일로 경증 환자보다 3분의 1가량 더 길었다. 한 무증상 감염자는 45일 동안 바이러스를 퍼뜨리기도 했다. 연구팀은 또 무증상 감염자 37명 모두가 항체를 보유했지만, 그 수준이 유증상 확진자의 1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최근 몇몇 연구에선 코로나19 환자가 완치된 뒤 항체가 없어지는 사례가 발견됐지만 무증상 감염자는 그 상실 정도가 훨씬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 교수는 무증상 감염자의 40% 이상이 퇴원 전부터 더 이상 항체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충칭의대 연구팀은 이번에 코로나19 감염자 180명을 조사했는데 이 중 20% 이상이 무증상 감염자였다. 미국 플로리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 급증세가 무증상 감염자와 관련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