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재개 기대감 큰 美·유럽주식 비중 높여야"
“오는 3분기까지는 각국의 경제활동 재개 움직임에 글로벌 주식이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봅니다. 중앙은행의 영향력이 높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준석 KTB자산운용 멀티에셋솔루션팀장(40·사진)은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할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성 팀장은 국내외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하는 멀티에셋형 펀드를 10년째 운용 중인 글로벌 자산배분 전문가다.

○“3분기까지는 주식이 유망”

그는 KTB운용의 주력 펀드 중 하나인 ‘KTB글로벌멀티에셋인컴EMP펀드’ 운용을 맡고 있다.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을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다.

KTB글로벌멀티에셋인컴EMP펀드는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누적수익률 3.5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동일 유형 EMP펀드 중 가장 뛰어난 성과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거의 모든 자산의 가치가 급락한 와중에서도 선방한 점이 눈에 띈다.

성 팀장은 “글로벌 경제와 시장 흐름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을 거쳐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 2월 말 펀드 내 글로벌주식과 크레디트채권 편입 비중을 80%에서 10%로 크게 낮췄다. 대신 국채 비중을 60%까지 늘렸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본격적인 유동성 확대에 나선 4월부턴 다시 주식 비중을 빠르게 높여갔다. 지난달 말 펀드 내 주식 비중은 52%에 육박했다. 성 팀장은 “나스닥 비대면(언택트) 테마주와 Fed 매입 대상인 투자등급 채권 등을 주로 사들여 상승장에서 안정적 수익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성 팀장은 향후 Fed의 움직임이 시장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봤다. 그는 “Fed는 알파이자 오메가 요인”이라며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기 전까진 계속 완화적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너무 높아졌다는 시각에 대해선 “Fed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감안한 실질 주가수익비율(PER)은 그리 높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4분기 이후 투자방향에 대해선 “미국 대통령선거가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 필요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주식시장에 개인투자자(일명 동학개미)가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해 성 팀장은 “국민의 안정적 자산 증식을 위한 기반이 닦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개인들이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레버리지형 상품에 ‘몰빵’하는 행태는 적절치 않다고 봤다.

그는 “특정 종목에 몰빵하면 극심한 스트레스에 반등 때까지 버티지 못하고 ‘손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본인 연령대와 투자성향을 감안해 일정 자금은 하락 위험이 비교적 낮은 자산에 넣은 뒤 나머지로 초과수익을 노리는 ‘포트폴리오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고령화와 저성장 등을 감안하면 자산운용업계에서 글로벌 멀티에셋 투자는 대세가 될 것이라는 게 성 팀장 견해다. 그는 “거시경제 사이클이 성숙기에 접어들수록 다양한 자산군에 위험을 초(超)분산시키는 멀티에셋 전략이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성 팀장은 2011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펀드매니저로 첫발을 내디딘 뒤 글로벌 멀티에셋형 펀드를 주로 운용해왔다. 멀티에셋 펀드 운용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0년대 후반 미국 유학 시절부터다. 그는 고려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2007년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의 글로벌 투자전문가 2기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에서 통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