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V'자 반등은 사실 vs 희망고문
미국 경제는 정말 'V'자로 회복하는 것일까요?

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개전 전 미 상무부가 발표한 5월 소매판매는 시장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전월 대비 17.7% 급증한 것으로 집계돼 사상 최대 월간 증가폭을 기록한 겁니다. 시장이 예상한 7~8%대 증가를 훨씬 넘어섰습니다. 또 지난 4월 소매판매도 당초 발표된 16.4% 감소에서 14.7% 감소로 소폭 상향 조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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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별로 보면 의류 판매가 188% 급증했고, 가구 판매가 89.7% 증가했습니다. 또 전자제품 판매도 50.5% 늘었습니다. 음식서비스 및 음료 판매는 29.1%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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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의 경제 재가동이 본격화되면서 소비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겁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 가량을 차지합니다. 소비가 살아나면 당연히 경제 회복은 빨라질 수 있습니다.

이날 소매판매 데이터의 '서프라이즈'는 지난 5일 발표된 5월 고용지표에 이은 겁니다. 고용에 이어 소비까지 예상을 크게 넘은 것이지요. 이에 따라 경기가 V자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소매판매 발표 직후 트윗에서 "증시와 일자리에 중요한 날(BIG DAY)이 될 것"이라고 낙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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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소매판매 지표에 대해 조심스런 진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소매협회의 잭 클라인 헨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재개로 소매업체 등 사업체들의 활동이 재개되고 경기 부양을 위한 수표가 뿌려지면서 5월 지출이 증가했다"면서 "하지만 전체적인 소비 회복은 아직 멀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시간대의 베시 스티븐슨 경제학 교수도 "소비 지출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훨씬 작으며 완전한 회복이 언제 이뤄질 지 불확실하다. 증액된 실업급여가 사라지고, 실업이 영구화되면 이런 증가세는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맞습니다. 5월부터 경기부양법(CARES)에 따라 수천억달러의 '헬리콥터 머니'가 뿌려졌습니다. 1인당 1200달러가 주어졌고, 실업급여는 기존에 각 주가 지급하던 것에 더해 주당 600달러가 추가 지급됐습니다.
하지만 5월 소매판매액을 따져보면 4850억달러로 전년 동월과 비교할 경우 6.1% 감소했습니다. 또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전인 지난 2월의 5273억달러보다도 여전히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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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매유통 회사들은 지난 5월 7개, 6월 들어서도 벌써 3개나 파산했습니다. 니먼마커스, JC페니, 투스데이모닝 등이 그런 회사들입니다. 소매판매가 정상적 상황에서 17%나 증가했다면 이런 파산이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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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된 5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4% 늘어, 시장 예상 2.6% 증가에 못 미쳤습니다. 산업생산은 소비보다 더 느리게 회복되고 있는 것이죠.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발표한 6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를 보면 이런 희망과 조심스러움이 함께 발견됩니다. 이 설문엔 212명의 연기금, 헤지펀드, 뮤추얼펀드 매니저들이 참여했습니다.

1. 주가가 과평가됐다 78%
-펀드매니저의 78%는 주가가 오버밸류됐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1998년 설문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겁니다. 심지어 1999~2000년 닷컴버블이 터졌던 당시의 수준보다도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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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증시 반등은 약세장 속 랠리 53%
- 53%는 3월을 바닥으로 증시가 반등한 것을 약세장 속 랠리라고 답했습니다. 37%만이 새로운 강세장이 시작된 것으로 봤습니다.

3. 포트폴리오 중 현금비중은 5월 5.7%->6월 4.7%로 하락
-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은 전달 5.7%에서 4.7%로 낮아졌습니다. 이는 2009년 8월 이후 가장 큰 현금비중 하락입니다. 그만큼 많은 돈을 투자했다는 뜻입니다.
헤지펀드의 포트폴리오내 주식 익스포져도 전달 34%에서 이달 52%로 급증했습니다. 이는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던 2018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그동안 공매도에 집중했던 헤지펀드가 매수로 돌아섰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4. 가장 유망한 투자자산은 미국 기술주와 성장주
- 72%가 미국 기술주와 성장주를 유망 자산으로 꼽았습니다. 그 뒤를 현금(롱)과 미 국채(롱), 금(롱)이 뒤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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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미 경기 회복은 U자형
- 미 경기의 회복 경로로는 64%가 U자형 혹은 W자형을 예상했습니다. V자형 회복을 예상한 매니저는 18%에 불과했습니다.

5. 가장 큰 걱정은 코로나바이러스 2차 확산
- 시장을 흔들 꼬리 위험으로는 49%가 코로나19의 2차 확산을 꼽았습니다. 실업의 영구화, 민주당의 2020년 대선 압승, 미중 무역전쟁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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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fA는 "비관론은 정점은 지났다. 회복 전망은 강화되고 있으며 현금 비중도 줄고 있다. 위험선호 현상도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6월의 낙관론도 쉽게 깨질 수 있는 상태다. 78%의 펀드매니저가 증시가 과매수됐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총평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뉴욕 증시는 이런 이성적, 합리적 판단에 의해 움직이지 않습니다. 지난 3월 폭락장 속에 "인생 마지막 기회"라며 뛰어든 이른바 '로빈후드 투자자', 즉 젊고 새로 투자를 시작한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심리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이후 수백만개 계좌가 만들어진 가운데 이들은 시장 매수 세력의 15~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없습니다. 하지만 소액투자자가 거의 없던 옵션시장에서 최근 '콜옵션' 계약을 몇 계약씩 소액으로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대폭 늘어난 데서 추정한 수치입니다.

이들은 Fed의 무제한 양적완화(QE) 지원을 등에 업고 지속적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습니다.
'데이비 데이트레이더’로 알려진 스포츠 도박사 데이비드 포트노이를 추종하면서 허츠, 보잉, 카니발, 항공주 등 폭락한 주식을 사기도 하고 테슬라, 니콜라 등 기술주에 베팅해 많은 수익을 거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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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폭락장에서도 포트노이는 "주식은 계속 오르기만 할 것(Stock only go up)"이라며 매수할 것을 강력 추천했고 지금까지는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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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