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와 MC 능력 함께 갖춘 캐릭터 처음…길 잘 닦고 싶어요"
재재 "모든 핫한 인물 '문명특급' 거쳐갔으면"
"한 달 반에 한 번씩 염색하고 있어요.

이 머리가 이제 저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된 데다, 마침 '문명특급' 로고 색도 빨간색이고요.

좌우지간 그렇게 됐습니다.

(웃음)"
강렬하게 빨간 커트 머리의 재재(본명 이은재·30)는 사석에서도 유쾌함과 진지함을 모두 지녔다.

쉴 새 없이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유튜브 시장에서 SBS 디지털콘텐츠 '문명특급'(구독자 55만2천명)을 2년여간 끌어온 스타 PD 겸 MC 재재를 최근 목동 SBS에서 만났다.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우연히 SBS 디지털콘텐츠 팀인 스브스뉴스에 인턴으로 입사했다가 단숨에 유튜브계 '인싸'(인사이더, 인기 있는 사람) 반열에 오른 그는 자신에 대해 "사실은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소셜미디어(SNS)도 싫어했어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간극이 싫어서요.

그런데 '문명특급'을 하게 되면서 보게 됐죠. 처음 하다 보니 질린 게 없어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더라고요.

그러나 지금도 자주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트렌드를 빨리빨리 읽는 원동력은 함께 일하는 젊은 친구들 덕분이에요.

(웃음)"
그는 다양한 게스트 섭외부터 '숨듣명'(숨어서 듣는 명곡) 같은 코너 기획까지 화수분 같은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냐는 물음에는 "아이템 회의는 따로 하지 않는다.

팀에서 수다 떨듯 대화하고, 모두가 공감하는 것을 택한다"고 답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옥탑방 현장시장실에서의 만남부터 1990년대를 주름잡은 인터넷 소설 작가 귀여니와의 대화까지 대단한 섭외능력을 보여준 재재이지만 정작 자신이 가장 즐거웠던 회차는 필리핀 마닐라 시상식 출장 편이었다고 한다.

"물론 재미 이상의 의미를 추구한다는 게 '문명특급'의 모토이지만,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는 벗어나려고 해요.

우리가 즐거우면 의미는 알아서 따라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재재 "모든 핫한 인물 '문명특급' 거쳐갔으면"
'문명특급'은 최근에는 숨듣명과 K팝 콘텐츠 위주로 이어지고 있다.

재재는 이에 대해 "올해 '컴백맛집', '개봉맛집'으로 포지셔닝하자고 했고, 실제로 그게 효과를 발휘했다.

많은 분이 이러다 K팝, 아이돌만 다루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다양성과 개방성을 중점으로 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아이돌이 많이 오지만, 장기적으로는 누구나 올 수 있다.

연예인은 일반인처럼, 일반인은 연예인처럼 대하자는 게 우리 모토"라며 "각 분야의 '핫한' 인물들은 '문명특급'을 어떻게든 거쳐 가도록 만들겠다"고 힘줘 말했다.

재재를 수식하는 말은 '뉴미디어계 유재석'이 대표적이다.

시청자와 출연자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진행 능력 덕분이다.

그러나 재재는 "오히려 그런 말이 프레임으로 작용할까 우려된다"며 "나는 그냥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말하는 게 좋다"고 조심스러운 생각을 전했다.

재재 "모든 핫한 인물 '문명특급' 거쳐갔으면"
그는 오히려 PD로서의 기획, 섭외, 연출 능력과 MC의 진행 능력을 함께 갖춘 캐릭터 특성이 부각됐으면 한다고 했다.

"저 같은 캐릭터가 지금은 처음이지만, 앞으로 우후죽순 후속 주자들이 나올 거라 생각해요.

제가 길을 잘 닦아놔야죠. 유튜브와 레거시 미디어가 만나는 지점이 재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뉴미디어 시장이 부상한 지 10년 남짓이라, 양쪽을 융합하는 데는 아직 분명 한계가 있죠. 고민이 많은 지점입니다.

"
'돈워리스쿨' 등 TV 방송 활동도 활발하게 하는 그는 "모든 게 시나브로, 부지불식 간에 이뤄진 일"이라며 "그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참 재밌다"고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