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성폭행 미수범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해 7월 8일 오전 2시 13분께 제주시의 한 2층 건물에 침입, 피해자 B(19·여)양의 방안에서 화장대를 뒤지던 중 잠에서 깨어난 B양을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범인은 B양이 깨어나자 피해자의 집 주방에서 식칼을 가지고 다시 들어가 B양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통장을 다 꺼내오라"고 위협했고, 이어 강간을 시도하다 B양이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자 그 자리에서 도주했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피해자가 목격했다고 진술한 범인의 인상착의(모자와 마스크 착용, 검은색 상하의, 신장 180㎝, 30∼40대)와 비슷한 피의자를 추적하던 중 범행 시각을 전후해 폐쇄회로(CC)TV 확인을 통해 사건 현장 100m 떨어진 위치에서 비슷한 옷을 입은 A씨를 피의자로 특정했다.
하지만 2심의 재판부는 달리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범인을 명확하게 목격하지 못한 채 옷차림만을 기억해 진술했는데, 피고인의 신장(169㎝)과 나이대와 진술한 범인의 인상착의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피해자는 경찰이 들려준 3명의 목소리 중 범인의 목소리를 식별하지 못했다"며 피해자 진술만으로 범인이 피고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식칼에 아무런 지문이 검출되지 않았고, STR 유전자 감정결과 아무런 유전자형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STR 유전자 분석법의 경우 개인식별력을 인정하지만, Y-STR 유전자 분석법만으로는 인적 동일성을 식별할 수 없다.
2심 재판부는 "이 같은 감정결과를 갖고 식칼에서 나온 Y-STR 유전자가 피고인의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2006년 Y-STR 유전자가 유죄의 증거로 활용하기 어려운 간접 증거에 불과하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온 바 있다.
2심 재판부는 이외에도 "범행 현장 100m 거리에 있는 CCTV에서는 A씨의 모습이 촬영됐지만, 피해자 주거지로 누군가가 침입한 장면이 없는 등 단순히 범행 시각 무렵 피해자 주거지 뒷골목 방향으로 이동했다는 사정만으로 A씨를 범인으로 추단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