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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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 금리 시대가 열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정례회의를 열고 5월 기준금리를 현행 연 0.75%에서 연 0.50%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충격에 지난 3월 0.5%포인트를 낮춘 빅 컷(큰 폭의 금리인하)을 단행한 뒤 불과 두 달만에 인하를 결정한 것이다. 금통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물 경제 충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여파에 실물경제 악화일로

앞서 전문가들도 5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상했다. 한은의 유동성 공급책으로 금융시장 불안은 완화됐지만 각종 경제 지표 악화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전 세계 교역 위축에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급감하면서 국내 경제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 감소한 369억2000만달러에 그쳤다. 2016년 2월(359억3000만달러) 이후 4년3개월 만에 최저치다. 5월 1~20일 수출도 전년보다 20.3% 줄었다. 저물가 기조도 경기 침체 우려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0.1% 상승하는 데 그치며 올해 처음으로 0%대 상승을 나타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재점화 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미선 부국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3차 추경으로 인한 적자국채 발행 부담을 경감시킬 필요가 있는 점도 인하 요인"이라며 "앞으로 금통위는 자산 매입과 같은 비전통적 수단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효하한 논쟁 커질 듯, 조윤제 위원 금리 의결 못해

이날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실효하한'을 둘러싼 논쟁도 커질 전망이다. 실효하한은 유동성 함정이나 자본유출 등을 고려한 기준금리의 하한선이다. 즉 중앙은행이 실제로 인하할 수 있는 한계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많은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가 0~0.25%로 사실상 제로금리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실효하한을 0.5% 수준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은이 금리를 추가로 더 내릴 수 있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금통위원을 지냈던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실효하한 금리라는 개념이 불분명하다"며 "외국인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지는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할 금리 수준이라는 것은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제로(0) 또는 마이너스 금리까지 내릴 수 있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은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대폭 하향 조정한 점도 금리 인하의 명분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초 올해 2.1%의 성장을 다짐했던 한은은 이날 올해 GDP성장률이 마이너스(-) 0.2%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출과 내수 모두 타격을 입은 점을 우려한 것이다.

국내 실질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1953년 한국은행이 GDP 통계를 편제한 이후 1980년(-1.6%), 1998년(-5.1%) 두 번이었다.

한은은 내년(2021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로는 3.1%를 제시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0.3%, 내년은 1.1%로 전망했다.

한편 새로 취임한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이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의결 과정에서 빠졌다.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의 주식 상한액인 3000만원이 넘는 주식을 가지고 있어서다. 조 위원은 금통위 본회의에는 참석했지만, 보유 주식과 관련해 스스로 제척(사안과 특수 관계에 있는 사람을 직무 집행에서 배제)을 신청했고 금통위도 이를 받아들였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