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부의 세계’ 출연 후 한소희에게 생긴 변화들 #연기 자신감 #인기 #결혼관


배우 한소희가 비상하고 있다.

작품을 할 때마다 대중에게 더 큰 신뢰감을 준다면,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일이 아닐까. 여기에 욕심도 많고 열정도 넘친다. 한소희는 그런 배우다. 진정으로 일을 즐기는 사람의 여유와 에너지가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지난 17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여다경으로 열연한 한소희는 인터뷰 내내 쉼 없이 환한 미소를 보이며 깔깔댄다.

“‘스페셜 방송’까지 끝났어요. 진짜 마지막이었죠. 그래도 아직도 모완일 감독님, 주현 작가님과 통화하면 울컥해요. 앞으로 연기 인생을 살면서 이런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더 보내기 힘든 거 같아요. 마음이 아직도 안 좋아요. 정말 많은 사랑을 주셔서 그래도 기분 좋게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부부의 세계’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던 가정의학과 전문의 지선우(김희애 분)와 엔터테인먼트 사업가 이태오(박해준 분) 부부가 불륜으로 인해 급격하게 무너져 내리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밑바닥의 감정까지 표현이 되다 보니 모든 장면에 깊게 공감을 해주신 것 같아요. 한 가지 상황에서도 지선우의 감정과 여다경의 감정이 다르듯 시청자들이 어느 캐릭터에 이입하느냐에 따라서 드라마를 다르게 볼 수 있죠. 그 부분이 ‘부부의 세계’를 사랑해 주신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한소희는 극 중 고산 지역유지인 여병규(이경영 분)의 외동딸이자 필라테스 강사 여다경으로 활약했다. 여다경은 이태오의 내연녀에서 아내가 된 인물로, 지선우의 완벽했던 ‘부부의 세계’에 균열을 안기며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악역으로 욕먹으면 칭찬이라고 했는데, 저는 다경이 캐릭터를 이해해야 하는 입장이라 욕을 먹는 게 크게 좋진 않았어요. 그런 것도 하나의 관심이고, 집중해주시는 반응이라 생각했어요. 시청자분들보다 가족과 친구에게 더 욕을 많이 먹었어요. ‘그렇게 살지 말라’고 저한테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준영(전진서)이를 데려와 계모 역을 하는 시점부터 진짜 욕을 많이 먹었어요. ‘어떻게 애한테 그러냐’고 하고. 제 친구들 중에 유부녀들이 있어서 그런 반응이 재밌었어요.”

[인터뷰] ‘부부의 세계’ 출연 후 한소희에게 생긴 변화들 #연기 자신감 #인기 #결혼관


불륜녀를 연기해야 하는 한소희에게 가장 큰 숙제는 유부남인 이태오를 사랑하는 여다경의 감정을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불륜’이라는 키워드가 제 바짓가랑이를 잡더라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리고 전체의 맥락에선 비슷하지만, 제 캐릭터를 중심으로 보면 세밀한 부분은 다 다르죠. 그래서 저에겐 항상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전에 해봤으니 접근하기 쉽진 않겠나’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화려한 외모에 모든 것을 다 가진듯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불안과 의심 등 수많은 감정이 소용돌이 치고 있는 여다경을 한소희는 세밀한 눈빛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그려냈다.

“다경이가 왜 이태오에게 빠졌을까 하는 부분이 숙제였어요. ‘다경이는 왜 애딸린 유부남을 사랑할까’ 싶었죠. 어리고 금수저인데 왜 그럴까. 제 스스로 생각한 건 다경이라는 캐릭터는 부모님의 권력에 등 떠밀려 살았던 인물이에요. 그래서 자신의 꿈, 직업, 미래, 이런 것들을 중요시한다기 보단 자신에게 자극을 주는 것에 대한 결핍이 컸을 거 같아요. 태오는 가진 것이 없지만 독립영화부터 예술산업에 뛰어들었죠. 그런 모습이 다경이에게는 멋있어 보였을 거 같아요. 그리고 드라마에선 지질하게 나오는데 박해준 선배님이 진짜 잘생겼어요.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김희애, 박해준, 박선영, 김영민, 채국희, 이경영, 김선경 등 대선배들과의 호흡이 쉽지 만은 안았지만, 그 사이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김희애는 한소희에 대해 “벌써부터 이런 모습을 보이면 제 나이가 되면 어떤 배우가 될지 상상도 안갈 정도로 완벽하고 열정 넘치는 배우다”라고 칭찬했다. 박해준은 “몰입도가 너무 좋아서 선배로서 제 자신이 부끄러울 때도 있다”고 호평했다.

“김희애 선배님이 간담회에서 ‘일부러 거리를 둔다’고 했는데, 저를 믿고 맡겨 주신 거 같아요. 저의 감정을 공유하는 게 선배님의 몰입을 방해하는 거 같아서 저 역시 홀로 고민하고, 연기했어요. 선배님은 현장에서도 완벽한 분이었죠. 저의 부족함 때문에 무기력함을 느꼈을 때 ‘저기까지 올라가려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계속했어요. 무엇보다 목소리가 너무 좋고, 우아했어요. 지선우 그 자체였어요. 기품이고, 우아하고, 고급스럽고 여성미에서 전혀 눌리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것에 저도 매료됐어요. 그런 선배님과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저에겐 영광이었어요. 키스신은 몇 번 있었지만 베드신은 처음이었어요. 박해준 선배님과 가까워지지 않았던 상황에서 베드신 촬영이었어요. 그런데 선배님이 굉장히 집중해 계셔서 저도 몰입해야겠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선배님이 ‘이건 액션 연기’라고 말씀하셨어요. 그게 큰 도움이 됐어요. 어쨌든 감정을 나누는 베드신이지만 동선이 명확하게 있고 어떤 느낌으로 해야 하는지 정확해서 정신없이 촬영했어요.”

한소희는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극중 지선우의 뒤통수를 가격하는 장면을 꼽았다.

“촬영하기 전부터 제가 김희애 선배님을 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정말 무서웠어요. 다시는 겪고 싶지 않는 경험이었어요. 공포스럽기도 했죠. 선우가 다 포기하고 바다에 들어가는 장면이 충격적이었어요. 허망함과 허탈함과 그 사이에 미묘하게 들어있는 편안함이 느껴져서 잊혀지지 않았어요.”

한소희는 당당한 모습부터 무너져가는 내면까지 섬세히 녹여내며 여다경을 단순히 불륜녀나 상간녀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아닌, 입체적 캐릭터로 완성시켰다.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라는 대사도 지금이니까 가능한 거 같아요. 개개인의 사랑을 존중하는 게 아이러니하기도 한데. ‘불륜’이라는 키워드는 비난의 대상이 돼야 하는 건 확실한데 이 모든 캐릭터에 서사가 있죠. 그게 연출자의 힘, 작가님의 힘 같아요. 모완일 감독님과 미팅도 오래 하고, 촬영장에서도 많은 대화를 했는데, 저에 대한 환상을 깨지 않으려 제 개인적인 일들에 대해 물어보지 않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캐스팅의 시작은 이미지인데, 저 자체를 다경이로 보려고 노력하셨던 거 같아요. 그래서 연기를 하기 전에도 제 의견을 많이 물어봐주셨어요. 다경이가 20대 초반 여자애라 제가 가장 잘 알거라 생각해주시고, 그렇게 한 땀 한 땀 만들어주셨어요.”

[인터뷰] ‘부부의 세계’ 출연 후 한소희에게 생긴 변화들 #연기 자신감 #인기 #결혼관


한소희는 극중 제일 미운 캐릭터로 이태오를 꼽았다.

“박해준 선배님이 `이태오는 얕은 머리로 이 상황에 뛰어든 게 문제`라고 하셨는데 그게 맞는 거 같아요. 정말 1차원 적이죠. 지선우와 다시 만나 키스하는 것도 그렇고, 이성 없이 감정으로만 모든 것을 끌어가요. 연기하면서도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정말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죠. 마지막 회에는 제니도 있는데 지선우만 보고 있어요. 그걸 이해하지 못해서 다경이가 태오를 떠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태오는 마지막까지 이해하고 싶지 않았어요.”

‘부부의 세계’를 보고 저마다 얻는 교훈이 달랐을 터. ‘비혼장려 드라마’라고 하기도 하고, 비혼주의가 됐다는 사람들도 있다.

“‘부부의 세계’를 하면서 결혼을 못할 거 같더라고요. 단순히 불륜만이 아니라 예림(박선영)과 제혁(김영민)이를 보면 불신도 있고, 명숙은 비혼으로 살면서 직장에서 겪는 부조리함이 있었죠. 무엇보다 완벽해 보이는 가정이 무너지는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주는 드라마라 감히 시작도 못할 거 같더라고요. 마지막을 보면 지선우의 모든 것들도 다 이해한다는 메시지도 나와요. 정말 사랑만 해서는 살 수 없는 게 부부 같더라고요. ‘아예 만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왜 한사람에게 만족하지 못할까 싶었어요. 사람의 취향이 있는데 이태오는 여자만 바뀔 뿐 취향만 같아요. 취향이 꽂혀서 결혼했으면 행복하게 오래 살아야지, 왜 다른 여자에게 같은 취향을 요구하는 건가 싶어요. 저는 한 사람에 만족하며 살고 싶어요.”

‘부부의 세계’는 ‘19금 드라마는 흥행이 어렵다’는 편견을 깼다. 비지상파 역대 드라마 시청률을 갈아치우며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6.26%로 출발해 2회 만에 10%를 기록했고 12회 만에 24.3%를 달성하며 JTBC 역대 최고 드라마 시청률을 썼다. 종전 기록은 ‘SKY 캐슬’ 최종회가 기록한 23.8%였다.

“정말 많이 알아봐주세요. 그게 가장 크게 바뀌었어요. ‘돈꽃’도 그랬지만 대선배님들과 함께 작품을 하면서 느낀 건 노력 없이 이뤄질 수 없다는 걸 온 피부로 와닿았어요. 인지를 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느껴져요. 연기는 감정도 묻어나야 하지만 툭 치면 나오는 것들이 있는데, 그건 100% 경험과 노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제 딴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끊임없이 벽에 부딪혀요. 선배님들을 보면서 감정의 결이 많은걸 보면서 ‘난 아직 멀었다’ 싶었어요.”

화제성 차트에서도 압도적이었다. TV 화제성 분석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화제성 지수에서 지상파, 종편, 케이블을 포함한 드라마 부문 8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비드라마를 합친 방송 종합 부문에서도 8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독주를 이어갔다.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지수 역시 김희애 1위, 박해준 2위, 한소희가 3위 등 싹쓸이했다.

“예전에 모델 활동했던 사진이나, 주고받았던 카카오톡들이 공개되면서 극중 이미지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시고 좋아해 주시는 거 같더라고요. ‘얘가 나쁜애가 아니었구나’ 이런 느낌이죠. ‘의외의 모습’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그때의 모습도 저고, 지금의 모습도 저예요. 사상과 생각이 크게 다르진 않아요. 이 일을 하면서 저의 생각과 생활에 제약이 생기지 않나요. 그거에 맞춰서 완성된 게 지금의 저죠. 과거라고 표현하는 것도 민망한 게 불과 3-4년 전이예요. 그런 면들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았던 거 같아요. 회사에서 좀 눌러라 하시기도 했는데, 이젠 믿고 가시는 거 같아요.”

2017년 SBS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한소희는 ‘돈꽃’(2017), ‘백일의 낭군님’(2018), ‘어비스’(2019), ‘바다가 들린다’(2019) 등에 꾸준히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이제 시작이죠. 더 다져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앞으로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를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더 다듬어진 상태로 나오고 싶어요. 저를 선택해준 감독님께 피해가 되지 않게, 선배님들의 연기에 누가 되지 않게, 앞으로도 그렇게 연기하고 싶어요.”

비주얼부터, 탄탄한 연기력, 남다른 존재감까지 독보적인 매력으로 ‘부부의 세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단단히 눈도장을 찍은 한소희의 다음 행보에 기대가 높다.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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