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은 "입장이 없다"며 공식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그룹 총수가 3년여만에 다시 소환되자 내부적으로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최근 '뉴삼성'을 선언한 뒤 보폭을 넓혀 가던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감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경영권 승계 의혹 건으로 검찰에 소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출석은 2017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구속돼 조사받은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는 지난 1년 6개월간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과 삼성물산 등의 전·현직 고위 임직원들이 수차례 소환됐고, 이 부회장 소환으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의심한다.
이 부회장 측은 검찰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은 바이오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힌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뇌물 혐의로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뒤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기소할 경우 이 부회장은 다시 법정에 서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와 관련된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재계는 새로운 재판이 시작될 경우 이 부회장의 뉴삼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과거 잘못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새로운 삼성의 시작을 선언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건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시는 경영권 승계 문제가 빚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불법, 편법과의 단절도 선언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경영 보폭을 넓혀 나가는 중이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논의했고, 코로나19를 뚫고 중국 시안의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위기 선제 대응과 변화를 강조했다.
평택에 약 1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구축하겠다는 투자 발표도 했다.
재계는 특히 삼성을 둘러싸고 있는 현재의 대내외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 확대에 따라 세계 반도체 시장은 한 치 앞도 보기 어렵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영 환경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경영활동이 사법리스크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 코로나19 등 악재가 겹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총수의 역할이 크다"며 "이런 시기에 사법 리스크 확대로 경영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