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현실적으로 기사들이 마스크 없이 승차한 사람을 제지하기 어렵다는 점과 착용 의무화 관련 내용이 아직 완벽하게 전달되지 않은 점은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전 7시 40분께 은평구 증산동에서 한 지선버스에 올라탄 정장 차림의 남성은 마스크 없는 얼굴이었지만 아무 제지 없이 자리에 앉았다.
20여명의 승객 중 유일하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이었다.
신촌에서 만난 어느 버스 기사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라는) 뉴스는 봤는데 회사에서 따로 안내를 받은 내용은 없다"며 "그래도 평소에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꼭 한두명씩은 있었던 것과 달리 오늘은 거의 착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의 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김모(29)씨는 "오늘부터 버스 탈 때 마스크 착용이 필수라는 말을 들어서 아침에 한 번 더 신경 썼다"고 했다.
정류장으로 오는 횡단보도 위에서 포장지를 뜯고 마스크를 꺼내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교통 분야 방역 강화 방안'에 따라 이날부터 버스와 택시에 승객이 타고 있는 경우, 운전기사 등 운수 종사자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승차를 제한 또는 거부할 수 있다.
다만 강제 규정은 아니어서 당국이 승객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단속하거나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내리지는 않는다.
직접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택시기사들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방침은 숙지하고 있지만 고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오전 9시께 경복궁역 인근에서 만난 택시기사 안창수(66)씨는 "오늘 태운 손님이 6명 정도 되는데 모두 다 마스크를 썼더라"며 "첫날이라 그런지 더 잘 착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손님이 귀하니 막상 (마스크를 안 쓴 승객에 대한) 승차거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 "특히 술 취한 손님이 마스크 없이 타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 목적지까지 간 뒤에 창문이라도 잠시 열어야지 어쩌겠나"라고 말했다.
신길동에서 영등포로 가던 택시기사 김모씨는 "일단 마스크를 안 쓴 손님은 거절할 생각"이라며 "그런데 손님이 탄 뒤에 마스크를 벗으면 나로서는 확인할 수 없으니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시민의 발'인 지하철은 승객이 마스크를 썼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현장 관리 직원이나 승무원 등이 각 역사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고·유도한다.
이날 출근길 지하철 2호선 강변역에서는 승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스크를 깜빡하고 나왔다는 대학생 강모(20)씨는 "원래는 잘 쓴다"며 "오늘은 시험을 보러 오랜만에 학교에 가야 하는데 늦잠을 자서 정신이 없었다"고 멋쩍게 웃었다.
강변역장은 "시민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고, 혹시 빠트렸더라도 편의점이나 무인 자판기에서 사면 된다고 안내하는 중"이라며 "혼잡도가 150% 이상인 경우에는 마스크 미착용 승객의 탑승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