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 거부 가능하지만 강제는 아냐…택시기사들 "손님 귀한데"
사건팀 = 대중교통 이용객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첫날인 26일 출근길 버스나 택시를 탄 사람들은 대체로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다만 현실적으로 기사들이 마스크 없이 승차한 사람을 제지하기 어렵다는 점과 착용 의무화 관련 내용이 아직 완벽하게 전달되지 않은 점은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전 7시 40분께 은평구 증산동에서 한 지선버스에 올라탄 정장 차림의 남성은 마스크 없는 얼굴이었지만 아무 제지 없이 자리에 앉았다.

20여명의 승객 중 유일하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이었다.

신촌에서 만난 어느 버스 기사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라는) 뉴스는 봤는데 회사에서 따로 안내를 받은 내용은 없다"며 "그래도 평소에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꼭 한두명씩은 있었던 것과 달리 오늘은 거의 착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의 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김모(29)씨는 "오늘부터 버스 탈 때 마스크 착용이 필수라는 말을 들어서 아침에 한 번 더 신경 썼다"고 했다.

정류장으로 오는 횡단보도 위에서 포장지를 뜯고 마스크를 꺼내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교통 분야 방역 강화 방안'에 따라 이날부터 버스와 택시에 승객이 타고 있는 경우, 운전기사 등 운수 종사자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승차를 제한 또는 거부할 수 있다.

다만 강제 규정은 아니어서 당국이 승객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단속하거나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내리지는 않는다.

직접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택시기사들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방침은 숙지하고 있지만 고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오전 9시께 경복궁역 인근에서 만난 택시기사 안창수(66)씨는 "오늘 태운 손님이 6명 정도 되는데 모두 다 마스크를 썼더라"며 "첫날이라 그런지 더 잘 착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손님이 귀하니 막상 (마스크를 안 쓴 승객에 대한) 승차거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 "특히 술 취한 손님이 마스크 없이 타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 목적지까지 간 뒤에 창문이라도 잠시 열어야지 어쩌겠나"라고 말했다.

신길동에서 영등포로 가던 택시기사 김모씨는 "일단 마스크를 안 쓴 손님은 거절할 생각"이라며 "그런데 손님이 탄 뒤에 마스크를 벗으면 나로서는 확인할 수 없으니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시민의 발'인 지하철은 승객이 마스크를 썼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현장 관리 직원이나 승무원 등이 각 역사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고·유도한다.

이날 출근길 지하철 2호선 강변역에서는 승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스크를 깜빡하고 나왔다는 대학생 강모(20)씨는 "원래는 잘 쓴다"며 "오늘은 시험을 보러 오랜만에 학교에 가야 하는데 늦잠을 자서 정신이 없었다"고 멋쩍게 웃었다.

강변역장은 "시민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고, 혹시 빠트렸더라도 편의점이나 무인 자판기에서 사면 된다고 안내하는 중"이라며 "혼잡도가 150% 이상인 경우에는 마스크 미착용 승객의 탑승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