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문화콘텐츠연구소장 "3부작 중 1부 '민족' 연말 국내 상영"
中조선족 역사 다큐 만드는 안상경 씨 "정체성 확립 기여할 것"
"중국 55개 소수민족 중 민족문화를 가장 잘 유지하며 자긍심을 지켜온 조선족이 개혁 개방 이후 글로벌화하면서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조선족의 역사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 차세대에 뿌리 의식을 심어주려 합니다"
조선족 역사 3부작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안상경(49) 중국 선양 한중문화콘텐츠연구소 소장의 각오다.

그는 23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만주의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조선족의 역사가 점차 잊혀지고 있어 안타까웠다"며 "다큐멘터리에는 이념과 노선을 배제하고 역사적 사실만 담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부터 자료를 수집해 시나리오를 만들고 기획한 안 소장의 첫 번째 작품인 '민족:혈연의 강들'(감독 이세원)은 지난해 완성됐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의 2020년 제4차 예술영화 심사를 통과한 이 영화는 올해 말 국내 독립·예술 영화관과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상연될 예정이다.

이 영화에는 만주와 한민족의 인연을 개관하는 내용이 담겼다.

안 소장은 "조선 중기 무신인 강홍립 장군 일행이 명나라 원병으로 출병한 후 후금과의 전투에서 패해 포로로 억류된 것이 조선인의 중국 동북3성 최초 정착"이라며 "1636년 병자호란, 1869년 함경도 대기근, 1910년 경술국치에 이르기까지 압록강과 두만강을 따라 벌어졌던 한민족의 이야기까지 소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세원 감독과 함께 강홍립 장군 군사들이 개척한 마을인 박가촌(朴家村)의 후예와 조선족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만나 인터뷰해 영상에 담았다.

中조선족 역사 다큐 만드는 안상경 씨 "정체성 확립 기여할 것"
충북대 문학박사와 한국외대 문화콘텐츠학박사 학위 소지자인 그는 충북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5년부터 연구소를 맡고 있다.

조선족과 고려인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선양의 한중교류문화원 이사장인 안청락 상익그룹 회장의 요청으로 주저 없이 중국행을 택했다.

연구소는 한중교류문화원의 산하 기구다.

안 소장은 "조선족은 재외동포 가운데 가장 오래된 이주역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정체성을 간직해왔지만 모국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받았던 점이 안타까웠다"며 "인식개선을 위해 국내 상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2부 '민족: 독립전쟁'은 1930년대 만주사변 이후 한·중 항일 연합투쟁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3부인 '민족: 조선인에서 조선족으로'에서는 1950년대 옌볜조선족자치주 설립과 중국 내 소수민족으로 살아온 조선족의 삶을 조명한다.

시나리오가 완성됐고 내년 상반기부터 크랭크인에 들어간다며 그는 "국가와 민족, 이념과 노선, 남녀노소를 떠나 오직 항일이 목적이었던 사실에 주목하고 한국과 중국이 운명공동체로 투쟁했던 사실을 부각하는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안 소장은 "한민족의 발자취를 좇아 동북3성을 누비다 보니 현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귀한 사료를 많이 발견했다"며 "조선족 역사 바로 세우기에 일조하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