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중단" vs "기업살리기"…사회적 대화 험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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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극복' 대화 첫날부터 입장차…정세균 총리 "절제·인내 부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 첫날부터 노동계와 경영계가 분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노동계는 해고 중단과 고용 안전망 강화를 내세운 반면, 경영계는 기업 살리기를 강조했다.
◇ 노동계 "해고 중단·고용 안전망 강화" 경영계 "기업 살리기·고통 분담"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하에 20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 첫 본회의에서 노동계는 해고 중단과 노동자 보호를 전면에 내걸었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사회적 백신은 해고 없는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하는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일자리 인프라 확대"라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빠진 기업을 살리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는 기업 살리기를 통한 일자리 지키기"라며 "충분한 유동성 공급을 포함한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지속적으로 확대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고통 분담'도 강조했다.
위기 국면에서 고용 유지는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노동계가 임금 인상 요구 자제 등 반대급부를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손 회장은 "노사도 임금과 고용간 대타협을 통해 서로 협력하고 함께 고통을 분담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과 고용을 살리고 경쟁력을 높이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우리의 노동 관련 제도와 관행도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노사관계는 대립과 투쟁 중심인 데다 힘의 균형이 노조 쪽으로 기울어 있어 제도와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경영계 입장이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사회적 대화 첫날부터 날카롭게 대립하며 앞으로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한 셈이다.
결국, 이번 사회적 대화가 대타협으로 이어질지는 노사 대립 구도 속에서 키를 쥔 정부가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가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정세균 총리는 "노사정은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각자의 입장만 고집한다면 작은 결실도 거둘 수 없을 것"이라며 "각자의 입장에 서서 다름을 인정하고 때로는 절제와 인내의 미덕을 발휘해주십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고용 유지 큰 틀엔 공감대…정 총리 "지체할 수 없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이날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였지만, 이번 사회적 대화는 과거와 비교하면 합의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아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노사정 주체들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확산 중인 고용 충격이 국내 경제 문제보다는 코로나19라는 외부 요인에 따른 것인 만큼, 최대한 고용을 유지하면서 위기를 넘겨야 한다는 데도 큰 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고용 충격을 방치하면 숙련된 인력 기반이 훼손돼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의 경제 회복도 그만큼 더딜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는 고용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다만 고용 유지를 위해 노사 양측이 얼마나 양보하느냐를 두고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경영계 요구는 노동계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정부는 노사 양측의 줄다리기로 시간을 허비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세균 총리는 "심각한 일자리 상황 앞에서 지체하거나 주저할 수 없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뜻을 모은다는 목표 아래 비상한 각오를 갖고 논의에 임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8년과 2009년 위기 때 한 달 정도 집중 논의해 합의를 도출한 경험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최소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마무리하자"고 화답했다.
사회적 합의를 빨리 내놔야 하는 상황에서 노사 양측이 각론을 두고 입장 차이를 못 좁힐 경우 큰 원칙에만 합의하고 나머지는 후속 논의에 맡길 가능성이 점쳐진다.
◇ 정 총리 "모든 노사정 참여하는 대화 계속하길"…양대 노총 갈등이 변수
문재인 정부 들어 난항을 겪어온 사회적 대화가 이번 대화를 계기로 살아날지도 주목된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라는 비상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이번 노사정 대화의 결실이 발판이 돼 앞으로 모든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현재 공식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민주노총이 불참하고 있어 노사정 '완전체'를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정 총리를 중심으로 한 이번 사회적 대화도 경사노위 밖에서 진행된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경사노위 밖에서 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불신하는 내부 강경파의 반대로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번 사회적 대화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면 민주노총의 내부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다.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당초 경사노위 밖의 사회적 대화에 부정적이었지만, 고심 끝에 이번 대화에 참여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사회적 대화를 계기로 경사노위가 유명무실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노총이 최근 노사정 실무 협의에서 이번 사회적 대화의 후속 논의를 경사노위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이번 사회적 대화를 계기로 민주노총을 포함한 모든 노사정 주체가 참여하는 대화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하지만, 대화의 틀을 둘러싼 양대 노총의 이견은 앞으로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양대 노총을 포함한 주요 노사정 주체가 모두 모여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노사정위원회 출범 이후 22년 만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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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해고 중단과 고용 안전망 강화를 내세운 반면, 경영계는 기업 살리기를 강조했다.
◇ 노동계 "해고 중단·고용 안전망 강화" 경영계 "기업 살리기·고통 분담"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하에 20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 첫 본회의에서 노동계는 해고 중단과 노동자 보호를 전면에 내걸었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사회적 백신은 해고 없는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하는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일자리 인프라 확대"라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빠진 기업을 살리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는 기업 살리기를 통한 일자리 지키기"라며 "충분한 유동성 공급을 포함한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지속적으로 확대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고통 분담'도 강조했다.
위기 국면에서 고용 유지는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노동계가 임금 인상 요구 자제 등 반대급부를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손 회장은 "노사도 임금과 고용간 대타협을 통해 서로 협력하고 함께 고통을 분담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과 고용을 살리고 경쟁력을 높이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우리의 노동 관련 제도와 관행도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노사관계는 대립과 투쟁 중심인 데다 힘의 균형이 노조 쪽으로 기울어 있어 제도와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경영계 입장이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사회적 대화 첫날부터 날카롭게 대립하며 앞으로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을 예고한 셈이다.
결국, 이번 사회적 대화가 대타협으로 이어질지는 노사 대립 구도 속에서 키를 쥔 정부가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가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정세균 총리는 "노사정은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각자의 입장만 고집한다면 작은 결실도 거둘 수 없을 것"이라며 "각자의 입장에 서서 다름을 인정하고 때로는 절제와 인내의 미덕을 발휘해주십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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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와 경영계가 이날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였지만, 이번 사회적 대화는 과거와 비교하면 합의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아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노사정 주체들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확산 중인 고용 충격이 국내 경제 문제보다는 코로나19라는 외부 요인에 따른 것인 만큼, 최대한 고용을 유지하면서 위기를 넘겨야 한다는 데도 큰 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고용 충격을 방치하면 숙련된 인력 기반이 훼손돼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의 경제 회복도 그만큼 더딜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는 고용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다만 고용 유지를 위해 노사 양측이 얼마나 양보하느냐를 두고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임금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경영계 요구는 노동계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정부는 노사 양측의 줄다리기로 시간을 허비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세균 총리는 "심각한 일자리 상황 앞에서 지체하거나 주저할 수 없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뜻을 모은다는 목표 아래 비상한 각오를 갖고 논의에 임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8년과 2009년 위기 때 한 달 정도 집중 논의해 합의를 도출한 경험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최소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마무리하자"고 화답했다.
사회적 합의를 빨리 내놔야 하는 상황에서 노사 양측이 각론을 두고 입장 차이를 못 좁힐 경우 큰 원칙에만 합의하고 나머지는 후속 논의에 맡길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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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는 "코로나19 라는 비상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이번 노사정 대화의 결실이 발판이 돼 앞으로 모든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현재 공식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민주노총이 불참하고 있어 노사정 '완전체'를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정 총리를 중심으로 한 이번 사회적 대화도 경사노위 밖에서 진행된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경사노위 밖에서 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불신하는 내부 강경파의 반대로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번 사회적 대화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면 민주노총의 내부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다.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당초 경사노위 밖의 사회적 대화에 부정적이었지만, 고심 끝에 이번 대화에 참여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사회적 대화를 계기로 경사노위가 유명무실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노총이 최근 노사정 실무 협의에서 이번 사회적 대화의 후속 논의를 경사노위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이번 사회적 대화를 계기로 민주노총을 포함한 모든 노사정 주체가 참여하는 대화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하지만, 대화의 틀을 둘러싼 양대 노총의 이견은 앞으로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양대 노총을 포함한 주요 노사정 주체가 모두 모여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을 논의하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노사정위원회 출범 이후 22년 만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