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용의 글로벌시대] '코로나19' 사태 속에 맞는 오늘 '세계인의 날'
'도시와 창조계급',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등의 명저로 이름난 캐나다 토론토대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경제 발전의 3T 이론'을 창안했다.

관용(tolerance)이 높은 지역에 인재(talent)가 모여들어 기술(technology)이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가 이끄는 토론토대 마틴경제발전연구소는 2015년 각 나라의 3T를 점수로 매겨 종합한 글로벌창의성지수(GCI)를 발표했다.

호주·미국·뉴질랜드·캐나다·덴마크·핀란드·스웨덴 등이 상위권에 포함됐고,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었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기술부문에서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했음에도 관용부문에서 70위와 93위에 머물러 종합순위가 각각 31위와 30위에 랭크됐다.

기술부문 2위인 일본도 종합순위는 24위에 그쳤고, 중국은 100위권 밖이었다.

[이희용의 글로벌시대] '코로나19' 사태 속에 맞는 오늘 '세계인의 날'
IT(정보기술) 혁명을 주도한 실리콘밸리가 미국에서도 개방적인 도시로 이름난 샌프란시스코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이 2017년 선정한 500대 미국 기업의 43%는 이민자 1세나 2세에 의해 설립됐다.

IT 분야만 놓고 보면 그 비중이 46%에 이르고, 상위 35대 기업만 따지면 그 비율이 57%로 높아진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아버지는 시리아 이민자였고, 구글 공동설립자 세르게이 브린은 러시아 출신이며, 테슬라 설립자 겸 회장 일론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났다.

아마존 CEO(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는 부모가 미국인이었으나 두 돌도 되기 전에 어머니가 쿠바 출신 이민자와 재혼해 다문화가정에서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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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대의 스콧 페이지 교수는 "덜 똑똑하지만 다양한 사람으로 이뤄진 집단이 똑똑한 사람들로 구성된 동질적인 집단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페이지 교수는 "집단의 오류는 평균오류에서 다양성을 뺀 것"이라는 등식도 제시하며 "다양성이 증가할수록 사회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 그레그 재커리는 저서 '세계인으로서의 나'에서 "다양성은 나라의 건강과 부를 결정짓는다"면서 "이제 혼합은 새로운 표준이며 창의성을 북돋고 경제성장을 촉진한다"고 역설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20년 동안 디즈니를 이끈 마이클 아이즈너는 "다양성은 창의성을 향한 강력한 힘"이라고 잘라 말했다.

불가(佛家) 속담에도 "바보 셋이 모이면 문수보살의 지혜가 나온다"는 말이 있다.

일찍이 집단지성의 효용을 간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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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인들도 다양성이 지닌 힘을 알고 있었다.

기원전 3세기 전국시대 진(秦)나라에서는 치수(治水) 전문가 정국이 한(韓)나라가 보낸 첩자로 밝혀졌다.

대규모 공사를 벌여 재정을 파탄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진나라 왕은 타국 출신 관원을 모두 추방하는 축객령(逐客令)을 내렸다.

객경(客卿)으로 지내던 초(楚)나라 태생 이사도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그는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아 그렇게 클 수 있었고, 큰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일지언정 가리지 않았기에 그 깊이에 이를 수 있었다"[泰山不辭土壤 故能成其大]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는 글을 올렸다.

이를 읽고 난 왕은 축객령을 철회하고 이사를 불러들여 승상으로 발탁했다.

그 왕이 바로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를 이룬 진시황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서고금의 역사를 더듬어보면 개방과 협력으로 발전과 융성을 이루고. 폐쇄와 고립으로 쇠퇴와 패망을 맞은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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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은 세계인의 날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2007년 5월 17일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재한 외국인 처우 기본법'을 제정하고 이듬해 5월 20일 제1회 기념식을 치렀다.

재한 외국인 처우 기본법은 ▲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외국인 정책 수립·시행 의무화 ▲ 국무총리 소속 외국인정책위원회 설치 ▲ 재한 외국인과 자녀 차별 금지 ▲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교육·정보·상담 지원 ▲ 다문화 이해 증진을 위한 노력 등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제19조는 "국민과 재한 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매년 5월 20일을 세계인의 날로 하고, 세계인의 날부터 1주간을 세계인 주간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해마다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펼쳐왔다.

2006년 3월 이민정책포럼에서 기념일 제정안을 논의할 때 '외국인의 날'이라고 하면 차별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세계인의 날'로 했다.

날짜는 2002년 유엔이 제정한 '세계 문화 다양성의 날'인 5월 21일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의견이 모였으나 '부부의 날'과 겹쳐 하루 전날인 5월 20일로 정했다.

[이희용의 글로벌시대] '코로나19' 사태 속에 맞는 오늘 '세계인의 날'
세계 문화 다양성의 날은 유네스코(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제31차 총회가 2001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을 때 164개 회원국 대표가 채택한 '유네스코 문화 다양성 선언'에 토대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4년 5월 제정한 '문화 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문화 다양성의 날과 문화 다양성 주간을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세계인의 날과 문화 다양성의 날 모두 대부분 행사가 취소됐고 유공자 포상, 책자 발간, 온라인 강연 등만 열릴 예정이다.

세계화에 힘입어 급속하게 퍼진 코로나19가 세계인의 날 행사를 무산시키고 급기야 세계화 추세까지 되돌리는 역설을 낳고 있다.

[이희용의 글로벌시대] '코로나19' 사태 속에 맞는 오늘 '세계인의 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코로나19가 세계화를 죽일 것인가'란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무역·자본의 흐름이 둔화할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와 미·중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받은 세계화가 코로나19에 치명타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도 '코로나19와 글로벌 공급망의 지역화'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세계화 시대가 멈추고 후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대면 접촉의 증가나 이동 거리의 축소 등 이른바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일상으로 자리 잡을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빗장을 걸면 걸수록 외국인의 존재가 아쉬워지고 각국의 도움이 절실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이미 인류는 지구촌 속에서 촘촘한 그물망으로 엮여 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불안과 공포 속에서 이렇다 할 기념행사 없이 맞는 세계인의 날이 더욱더 뜻깊게 여겨진다.

(한민족센터 고문)
[이희용의 글로벌시대] '코로나19' 사태 속에 맞는 오늘 '세계인의 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