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으로 풀어낸 스토리텔링 '이야기의 탄생'

우리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비논리적이고 불합리한 기관이다.

뇌는 현실 세계에서 접하는 실제 신호를 모두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감각 기관을 통해 일부를 접수하고 찰나의 순간에 재해석해 효율적으로 반응하게 만든다.

그래서 누구나 실제가 아닌 것을 보거나 듣기도 하고, 상상 속에서 일어나지 않을 일을 미리 걱정한다.

뇌 속에서 이런 화학적 연쇄 반응과 전기 신호의 충돌이 과도하게 일어나면 조현병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 뇌의 이런 측면은 인류가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상상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아직은 인간만이 정보를 입체적·종합적으로 교환하고 이야기를 창조하는 유일한 존재로 알려졌다.

한 마디로 인간은 새로운 이야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시 새로운 미래 현실을 창조해낸다는 것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많은 것들이 이런 프로세스를 거쳤다.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윌 스토가 쓴 '이야기의 탄생'은 이렇게 우리 뇌가 작동하는 원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뇌 과학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스토리 텔링'을 해야만 독자들을 사로잡고 몰입시킬 수 있는 매혹적인 이야기가 탄생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뇌는 언제나 '세계 모형'을 만든다.

우리가 아는 세계는 사실 뇌가 해석해 구축한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상상 속 세계를 마치 현실처럼 받아들인다.

과거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던 악역 배우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할머니들한테 뺨을 맞았다는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무용담으로 소개됐는데, 이는 독자나 관객이 스토리에 그만큼 몰입해 현실과 구분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뜻이 된다.

작가가 구축한 '세계 모형' 속에 작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갇힌 셈이다.

"독자의 뇌가 등장인물과 동기화돼야 성공한 스토리텔링"
특히 인간의 뇌는 항상 자신이 옳고 가장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사람들이 자신의 큰 잘못은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이들의 작은 허물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 대신 과도한 비난을 퍼붓는 이유다.

따라서 우리는 약한 사람들을 구하는 영웅 이야기를 듣거나 보며 그 영웅에 우리 자아를 동기화하고, 반대로 악역을 지켜보며 그가 응당한 벌을 받거나 죽기를 바란다.

저자는 이처럼 과학적 연구로 밝혀진 뇌의 비논리적 특성을 창작에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지적인 사람이 어쩌다 터무니없는 정보를 믿게 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심리적으로 건강하다면 우리 뇌가 '삶'이라는 플롯의 중심에서 우리 스스로를 받아들이기보다는 도덕적 영웅인 양 느끼게 해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는 어떤 '사실'이 자신을 영웅으로 여기는 자아 감각을 뒷받침해주면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덜컥 믿어버린다.

"
무엇보다 저자는 기존 스토리텔링 이론에서 항상 강조해온 플롯보다 '인물'을 중시한다.

뇌과학의 관점에서는 매력적인 인물이 공감할 수 있는 행동을 할 때 독자들이 자신과 인물을 동일시하며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옳고 좋은 사람'의 행동과 심리를 따라가며, 그 자체가 자연스럽게 플롯이 된다.

극적인 구성은 플롯의 인위적 배치를 통해서가 아니라 등장인물과 독자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한 새로운 세계의 창조로 이뤄진다고 책은 말한다.

문희경 옮김. 흐름출판 펴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