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공제회 등이 투자한 38조원 규모의 사모 부동산펀드와 인천공항공사 등이 당분간 부동산 중과세를 피해갈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 상황을 고려해 재산세 분리과세 폐지 시점을 2년 유예하기로 해서다. 이 같은 혜택이 함께 적용되는 사립대 등도 수백억원대의 재산세 부담을 덜게 됐다.

18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이달 국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입법예고한 개정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일부 기관의 토지 재산세에 대한 분리과세 폐지를 단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의견 수렴 결과를 반영해 국무회의 상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지난해 4월 종교단체, 공항, 사립대 등 정책적 지원과 보호가 필요한 대상이 보유한 토지의 재산세를 분리과세해 오던 것을 합산과세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재산세 분리과세 대상 토지가 지속적으로 늘어 과세 형평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이유로 분리과세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토지를 합산과세 대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인천공항공사가 보유한 국제업무지역과 공항신도시 등으로 분류되는 토지, 학교와 종교단체 등이 수익 사업용으로 사용하는 토지, 사모 부동산펀드가 보유한 토지 등은 합산과세 대상으로 전환된다. 합산과세 대상이 되는 토지의 재산세율은 공시지가의 0.24%에서 0.48%로 상승하고, 종부세 과세 대상이 돼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기준 약 38조원 규모의 사모 부동산펀드 업계가 연간 3800억원에 달하는 세 부담을 추가로 지게 되고, 인천공항공사도 세 부담이 8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사립대가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세금 역시 3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정부는 2년 뒤에도 합산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토지를 한꺼번에 전환하지 않고, 1년에 20%씩 5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적용해 세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시행령 재개정에 나선 이유는 코로나19발(發) 위기가 몰아쳤기 때문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