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내달 21일까지 공연
1892년 찌는 듯한 8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소도시 폴 리버.
부유한 사업가 앤드루와 그의 부인 에비가 잔인하게 살해되고, 앤드루의 둘째 딸 리지가 유력한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된다.

'리지'는 여러모로 독특한 뮤지컬이다.

뮤지컬 하면 아름답고, 예쁜 멜로디를 떠올리지만, '리지'의 넘버(노래)는 거칠고, 강렬하다.

음악적 뿌리를 록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본 조비'나 '건즈 앤드 로지스' 풍의 LA 메탈, '펄 잼' 스타일의 그런지(Grunge) 록, 여기에 랩과 록이 뒤섞인 음악이 105분 동안 무대를 달군다.

여성 캐릭터들만 등장해 극을 이끌어 간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주인공 리지와 그의 언니 엠마, 가정부 브리짓, 리지의 단짝 친구 앨리스 등 4명의 캐릭터가 등장해 극을 이끈다.

록 음악을, 그것도 여성 4명이 소화한다는 점에서 '리지'는 남성 캐릭터가 주로 극을 이끌어 가는 국내 뮤지컬 시장에 '여풍'(女風)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만하다.

극이 끝나고 이어지는 커튼콜은 흥을 더한다.

여성 캐릭터들은 일제히 록커로 변신한다.

관객들은 손뼉을 치고, 흘러나오는 록 음악과 노래에 맞춰 점프하는데, 록 페스티벌 무대인지, 뮤지컬 공연장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다.

여러 장점이 많은 뮤지컬이지만 헐거운 이야기는 조금 아쉽다.

친부 살해를 소재로 한 자극적인 이야기인데, 뮤지컬에서는 리지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는 과정이 세밀하게 묘사되지 않는다.

아버지와의 대립이나 새엄마와의 갈등 등이 간접적인 방식으로 그려진다.

그런 점에서 리지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극적 설득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공연장 규모보다 배우들의 노래와 세션 연주 소리도 큰 편이다.

록 음악 특성상 높은 볼륨은 불가피하지만, 대사 전달이 원활하지 않을 정도로 큰 건 또 다른 문제인 듯하다.

리지 보든은 유리아·나하나, 리지의 언니 엠마 보든은 김려원·홍서영, 리지와 은밀한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 앨리스 러셀은 최수진·제이민, 보든 가의 가정부 브리짓 설리반은 이영미·최현선이 맡아 연기한다.

내달 21일까지 공연한다.

관람료 5만5천원~6만6천원, 만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