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부근의 번화가는 불야성을 이뤘다. 헌팅(즉석만남)으로 유명한 술집은 대기자가 많아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였다. 입장을 위해 핸드폰 번호를 적어놓은 사람들만 수십 명이었다.
이태원 클럽에 이어 홍대 주점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젊은이들의 발길은 강남·건대 등 서울의 다른 유흥가로 몰렸다. 이 곳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클럽만 안가면 되는 것 아니냐” “여기는 확진자가 안나왔으니 괜찮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홍대 ‘스산’, 강남·건대 ‘북적’
지난 16일 오후 10시께 찾은 서울 마포 잔다리로 일대의 홍대클럽거리는 스산했다. 불 꺼진 주점들에 지나가는 사람마저 드물었다. 유명 헌팅 술집 내부에 들어가자 고작 5개의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다. 2층에 올라가려고 하자 직원은 “운영은 하지만 2층에 사람이 없다”고 했다. 다른 술집이나 식당도 좌석을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감성주점’으로 유명한 술집은 “우리 가게는 유흥시설이 아니지만, 고객과 직원의 안전을 위해 자진 임시 휴업한다”는 안내문을 붙여두고 문을 닫아둔 상태였다.
홍대클럽거리에 위치한 한신포차와 1943 등 주점 2곳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는 게 이곳 상인들의 설명이다. 유명 포장마차 앞에서 분식집을 하는 상인은 “평소 같으면 하루에 50만 원은 넘게 벌었는데 오늘 1만 원 남짓 벌었다”고 말했다. 홍익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씨(22)는 “홍대 거리가 이렇게 조용한 것은 처음 본다”고 했다. 반면 오후 11시께 찾은 강남역 주변의 번화가는 북적였다. 이태원‧홍대 등에서 연이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젊은이들이 여기로 몰린 것이다.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강남의 유명 헌팅 술집은 30여개의 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가게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웨이팅(대기줄)을 없앴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지만, 그 앞에는 자신들의 번호가 불리길 기다리는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다른 헌팅 술집에는 10여 명이 대기줄을 만드는 모습이 나타났다. 일반 술집들도 사람이 많아 대기한 뒤 입장해야 했다.
자정에 찾은 서울 광진구의 건대입구역 인근 번화가는 강남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 자정이 넘었는데도 큰 길에서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게 조심해야 할 정도였다. 길가에 마스크를 안 쓴 사람들이 열에 하나였다. 골목길은 담배 연기가 가득했다. 한 술집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씨(24)는 “헌팅 포차도 아니고 클럽도 아니라 괜찮다”고 말했다. 근방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업주는 “평소보다 사람이 많다”며 “홍대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쪽으로 많이 넘어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반 술집 규제 어려워
여전히 많은 젊은이들이 찾고 있는 술집은 규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0일 서울시가 두 번째로 발동한 집합금지명령은 유흥업소와 클럽, 콜라텍, 감성주점에 적용됐다. 술과 안주만을 판매하는 일반 술집과 헌팅 포차 등은 제외됐다. 이들 대다수의 업종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되어서다.
이목이 쏠린 감성 주점, 헌팅 술집과 달리 일반 술집은 최소한의 입장 절차도 없었다. 강남의 헌팅 술집에 들어가려고 하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는 안내했다. 이어 신분증을 검사하고 핸드폰 번호를 적게 했다. 번호를 적자 직원은 바로 전화를 걸어 본인이 맞는지 확인했다. 손소독제까지 바르게 한 뒤 입장하게 했다. 반면 일반 술집에선 마스크 착용 확인도 드물었다.
질병관리본부는 20대의 ‘슈퍼전파’를 우려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달 26일 “20대는 전체 확진자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연령대로 활동 범위가 넓어서 확진될 경우에는 굉장히 많은 접촉자를 유발한다”며 “자칫 밀폐된 공간에서 밀집된 접촉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슈퍼전파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각별한 주의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