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디케르 첫 장편 '우리 아버지들의 마지막 나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이 창설한 특수부대이자 첩보조직인 '특수작전집행부'(SOE)는 종전 후에도 밖으로 알려진 게 별로 없을 만큼 비밀리에 운용됐다.

당시 '윈스턴 처칠의 기밀 조직'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철저하게 보안이 지켜졌는데 21세기 들어서야 그 실체가 드러났다.

영국과 유럽 대륙이 나치 전체주의의 군홧발에 밟힐 위기에서 처칠 영국 총리는 적 요인 암살, 현지 민심 교란 및 저항 운동 지원, 정찰과 비정규전 등을 목적으로 SOE를 조직했다.

SOE에 자원한 젊은이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애인, 친구를 지키고자 혹독한 훈련을 받고 전선에 나서 위험한 작전을 수행했다.

이들의 활약이 없었다면 불리했던 전황을 뒤집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증언이 있다.

스위스의 신예 베스트셀러 작가 조엘 디케르는 첫 장편소설 '우리 아버지들의 마지막 나날'(문학동네 펴냄)을 통해 당시 SOE 젊은 대원들의 고뇌와 사랑, 열정을 소환한다.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러 떠나다…소설로 되살아난 'SOE'
수천 명 젊은이는 무엇 때문에 꽃다운 젊음을 전장에 바쳤는가? 사랑하는 가족의 품을 떠나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훈련을 받고 목숨을 건 임무를 왜 수행했는가? 작가는 이런 근본적 물음을 감동적인 전쟁 이야기로 답한다.

소설은 2차 대전 전황을 묘사하는 것보다는 전쟁 속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절대 혼자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사랑하는 아버지를 두고 떠나온 주인공 폴에밀, 가톨릭 신부의 꿈을 버리고 참전한 신앙심 깊고 착한 클로드, 상류층이지만 전선에 뛰어든 아름답고 상냥한 로라.
전장 속에서도 사랑은 꽃피운다.

폴에밀은 로라와 사랑에 빠지고, 때로는 아버지를 걱정한다.

로라는 폴에밀의 아이를 밴다.

폴에밀은 파리 공습이 예정됐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파리에 두고 온 아버지를 데려가려고 단독으로 움직이다 독일 방첩대에 잡힌다.

그는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 로라를 포함한 은신처 위치와 아버지의 생명 사이에서 택일하라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강요받는다.

아버지의 생명, 그리고 자신도 아버지가 될 처지에서 아이의 생명. 폴은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디케르는 이 작품으로 제네바 작가상을 받았다.

198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난 그는 2005년 스무 살에 단편 '호랑이'로 국제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두 번째 장편인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프랑스에서만 70만부가 넘게 팔리고 TV 시리즈로도 제작됐다.

윤진 옮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