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시민단체 관계자 "할머니가 노쇠해 기억 잘 못한다는 말은 모독"
"이용수 할머니, '대구 기자회견 사주설'에 불쾌해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 문제를 거론하고 수요시위에 비판적 입장을 밝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자신이 특정인 사주를 받았다는 추측이 나오는 데 대해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지역 시민단체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시민모임) 관계자는 1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할머니께서 '누가 사주해서 기자회견을 했다는 소문은 용납할 수 없고 오롯이 본인의 뜻이다', '나이가 많다는 그런 걸로 (기억력 등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에 대해서 되게 화가 난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날 이 할머니를 잠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불쾌하다고 이야기하셨다"면서 "할머니가 노쇠해서 기억을 잘 못한다는 이야기가 일각에서 나오는데 할머니를 주위에서 보는 사람들은 다 웃을 일이다.

할머니를 모독하는 말"이라고 했다.

시민모임은 1997년 출범해 대구·경북지역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지원하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다.

이 할머니와도 함께 활동해 왔다.

이 할머니는 이달 7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의연이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후원금을 쓰지 않고 있다.

수요집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더는 어떤 단체와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시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공동대표가 지난 21대 총선 당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에서 탈락하자 이 할머니를 부추겨 윤미향 시민당 국회의원 당선인(정의연 전 이사장)과 정의연을 비판하도록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이용수 할머니께서 최용상 공동대표를 만나기 전에도 기자회견 때와 비슷한 취지의 말씀을 계속하셨다"라며 최 대표에 의한 '사주설'을 반박했다.

이 할머니의 주장 핵심은 정의연과 윤 당선인 비판이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데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라는 또 다른 주변인 전언도 나왔다.

이용수 할머니와 활동을 함께했던 최봉태 변호사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이 할머니의 발언 중) 정의연의 회계 문제 등은 아주 지엽적인 것"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 할머니의 분노가 가리키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이용수 할머니는 늘 윤 전 이사장이 30년 동안 딸처럼 헌신적으로 운동을 해온 데 대해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며 "정의연과 할머니를 이간질하려는 일본 극우들의 노림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