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후 작년까지 16만7천여명 해외 입양…'상당수가 건강상태 안좋은 남자 1∼3세'
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장 "입양, 한 아이에 영원한 '내편' 되는것"
경기도에 사는 정정조(54)・조성숙(52) 씨 부부는 결혼 후 8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자 입양기관에서 딸(고교 2년생)을 입양했다.

이후 3년 터울의 쌍둥이 여동생을 출산했고, 지금은 5명의 가족이 화목하게 살고 있다.

부부는 결혼 전부터 '내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아이의 인생을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한명을낳고 한명을 입양하기로 했고, 순서는 바뀌었지만 약속을 지키며 가정을 이뤘다.

공개 입양을 한 이들은 입양 자조 모임, 입양 교육 등에 참여하면서 사회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각종 노력을 했다.

그러는 사이 딸도 씩씩하게 성장했다.

부부는 11일 '입양인의 날' 인터뷰에서 "입양은 가족이 되는 다른 하나의 방법일 뿐 세 자녀는 분명 내 사랑하는 딸들"이라며 "세상의 모든 아이는 사랑받고 자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랑의 시작은 바로 가정이고, 특히 원 가정(비혼 또는 미혼)은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국가에서 더 관심을 두고 더 많은 지원을 해 원 가정에서 아이들을 잘 돌보고 양육하도록 제도적·경제적 지원을 아낌없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처럼 최근 국내 입양은 국외보다 점점 느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의 '연도별 입양 아동 현황'에 따르면, 1950년 한국전쟁 이후부터 2019년까지 입양인 수는 국내 8만864명(32.5%), 국외 16만7천864명(67.5%) 등 총 24만8천728명이다.

2009년 이전까지 입양 아동은 23만5천630명으로, 이 가운데 국내 가정 입양 비중은 31.0%(7만2천947명)로 국외 입양(16만2천683명)을 크게 밑돌았다.

이후 10년 동안 국내외에 입양된 아동은 모두 1만3천98명이었는 데, 입양의 국민 인식이 달라지면서 전체 입양 아동 가운데 국내 입양비중이 절반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해외 입양을 압도하고 있는 추세다.

연도별 국내 입양비중을 보면 2011년 62.8%(1천548명), 2012년 59.8%(1천125명), 2013년 74.4%(686명), 2014년 54.4%(637명), 2015년 64.6%(683명), 2016년 62.0%(546명), 2017년 53.9%(465명), 2018년 55.5%(378명), 2019년 55.0%(387명) 등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입양이 '주춤'하고 있다.

그 이유는 2012년부터 개정, 시행된 '입양촉진·절차에 관한 특례법'(입양 특례법)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법은 미혼모가 아기를 입양 보내려면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신고를 하도록 했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아이는 입양기관에 맡길 수 없게 했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베이비 박스'에 신생아를 놓고 가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으며 입양 가정이 아니라 보육 시설에서 자라게 되는 비율도 높아졌다고 한다.

최근 국외 입양의 경우, 2018년 기준 절반 정도가 건강하지 않은 아동(135명)이고, 1∼3세 미만의 아동이 전체의 97%를 차지했다.

또 남자아이는 73%로 나타났다.

이는 남자 아동, 국내 입양 나이(3개월∼1세)보다 많은 아동, 건강이 안좋은 아동일수록 국외에 보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미국에서는 노네임(No name)·노블레임(No blame)·노셰임(No shame)이라는 원칙에 따라 아이를 버린 엄마의 이름을 묻지 않고, 비난하지도 않으며, 이를 부끄럽게 여기지도 않는다.

아이가 안전하게 보호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입양 특례법은 무조건 엄마 호적에 올려야 입양이 가능하다.

신분 노출을 꺼리는 엄마는 낙태하거나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넣는 불법을 저지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국외 입양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위탁 가정에서 거주하는 아동들이 입양될 국외 현지 사정으로 비행기를 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우리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입양을 추진할 수 있는데, 코로나19로 법원 업무가 지연되고 있어 판결도 최소 4∼5개월 늦춰지고 있다.

법원의 허가가 나야 예비 양부모가 한국을 방문하는데, 이 또한 하늘길이 막혀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코로나19사태로 국외 입양 절차가 지연된 경우는 수십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양기관 관계자들은 "아이가 15∼16개월 정도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가 어렵다"며 "미혼모 가정의 자립 지원 사업 등으로 친부모 양육을 우선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입양은 한 아이에게 진정하고 영원한 '내 편'이 돼 줘서 세상을 살아갈 든든한 뿌리와 날개를 달아주는 가치 있는 일"이라며 "우리 사회의 많은 분이 입양에 관심을 두고 가족이 필요한 아이들을 입양으로 품으며 입양 가족을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