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브레인·기억의 과학

▲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 김서형 지음.
'1918년 인플루엔자와 미국 사회'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질병사 전문가가 인류 역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전염병을 돌아본다.

저자는 농경이 초래한 공동체 규모의 확대와 인구 이동, 지식·정보의 축적은 글로벌 네트워크의 형성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전염병은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인류 역사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켰다고 설명한다.

글로벌 네트워크로 인해 전염병이 대규모로 확산한 첫 역사적 사례로 실크로드를 따라 퍼진 로마의 역병을 들 수 있다.

서기 165년 시작돼 당시 로마 인구의 3분의 1가량을 희생시킨 이 전염병은 천연두로 추정된다.

'아프로-유라시아 교환 네트워크'는 해상 교역로를 통해 페스트가 확산하고 몽골제국의 확장과 함께 흑사병이 퍼져나가는 토대가 됐다.

또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 '발견' 이후 유럽 이주민의 유입과 아프리카 노예무역은 아메리카에 천연두와 매독, 황열병 등 낯선 전염병을 퍼뜨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현대에 접어들어서는 산업 네트워크의 확대, 이전과는 규모와 양상을 달리하는 전쟁 등이 콜레라, 결핵, 장티푸스, 세균성 이질과 같은 전염병을 대규모 확산시키는 요인이 됐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같은 전염병의 원인을 의학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도 분석하고 대처하는 노력도 본격화한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도 전염병은 여전히 인류를 위협한다.

아프리카의 풍토병인 말라리아 치료제가 개발되고 유럽 강대국들의 아프리카 침략이 본격화한 데서 보듯 전염병 치료제의 개발이 반드시 인류의 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된 것만도 아니다.

저자는 "현대사회는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돼 있어 한 지역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결국 전염병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대사회의 상호 관련성을 잘 이해하고 전 지구적인 협력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살림. 228쪽. 1만4천원.
[신간]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 인스타 브레인 = 안데르스 한센 지음, 김아영 옮김.
스웨덴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가 스마트폰과 SNS라는 전혀 새로운 환경이 우리 뇌와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심층 분석한다.

저자는 최신 뇌과학 연구 결과와 심리 실험 등을 인용해 똑똑한 기업가들이 이미 인간 뇌 해킹에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아갈 수 있는 제품을 이미 만들었다.

당신이 순수하게 당신의 결정으로 매번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잘못 짚은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음식을 먹을 때나 섹스를 할 때 나오는 '도파민' 호르몬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도 분비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스냅챗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이를 이용해 최대한 우리의 시간을 빼앗으려 하고 이를 위해 점점 더 세련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직도 10만년 전 사바나 숲을 돌아다니던 환경에 적응된 우리의 뇌가 스마트폰과 SNS에 중독된 결과는 수면, 신체 활동, 사람들과의 유대감 박탈이다.

우리의 정신 건강을 지켜주는 세 가지가 모두 줄어드니 우리의 기분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해결책은 이 세 가지를 되찾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저자는 SNS에서 만난 인간관계가 실제로 만나는 인간관계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나 공부보다 오히려 운동이 뇌를 더욱 발달시키는 까닭 등을 뇌과학 이론을 들어 설명하면서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지적한다.

동양북스. 296쪽. 1만5천원.
[신간]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 기억의 과학 = 찰스 퍼니휴 지음, 장호연 옮김.
심리학자인 저자는 기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소유'하는 것이 아니며 언제든 '재구성'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기억은 단지 '과거'에 대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것이자 '미래'에 관한 것이다.

기억은 과거의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 필요할 때면 들여다볼 수 있고 소환될 수 있도록 저장된 CD의 도서관이 아니라 현재에 맞게 우리의 감정에 따라 이야기되고 재구성되는 것이다.

저자는 기억에는 두 가지 힘이 작용한다고 본다.

하나는 '일치의 힘'으로, 사실에 충실하게 기억을 끌고 가는 힘이다.

다른 하나는 '일관성의 힘'이다.

자신의 현재 목표, 자기 자신에 대한 이미지와 믿음에 모순되지 않도록 만들려는 힘이다.

기억이 가진 '일관성의 힘' 때문에 기억은 허구적으로 꾸며지기도 한다.

기억을 과학적으로 다루기 힘든 이유다.

기억은 '스토리텔링'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실험을 통해 알려진 사실은 사람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대부분 부모와 같은 양육자들과 함께 회상하면서 '이야기하기'를 통해 기억을 쌓아간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밖에 사건을 직접 겪고도 사후에 정보를 제시하면 그 사건을 다르게 기억하는 '오정보 효과'나 끊임없이 기억의 씨앗을 심어 결국 기억도 '조작'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 '기억하기'와 '상상하기'에 관여하는 뇌부위가 사실상 같다는 뇌영상 연구 등을 들어 우리의 기억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에이도스. 405쪽. 2만원.
[신간]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