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원전 대신 LNG·신재생…환경·안정 '두마리 토끼' 공략
상대적으로 비싼 발전원 비중 커지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제기돼
전략환경영향평가 도입으로 최종안 지연…"일부 내용 수정될 수도"

2020년부터 2034년까지 15년간의 전력수급 밑그림을 그린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의 핵심은 석탄을 과감하게 감축하고 그 자리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해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을 보다 가속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현재 15%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을 40%까지 늘리기 위한 실행계획을 담았다.

석탄발전이나 원전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LNG,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전기요금이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지만, 이에 대한 분석은 이번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8일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워킹그룹이 내놓은 초안은 원전의 점진적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의 정책적 큰 틀을 유지하면서 석탄발전의 보다 과감한 감축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정했다.

전력수급 15년 밑그림 공개…전기요금 영향 검토는 빠져(종합2보)
8차 계획이 에너지전환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전원 믹스의 기본 틀을 세웠다면, 9차 계획은 이를 발전시켜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전제로 친환경 발전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석탄을 보다 과감하게 줄이는 대신 이로 인한 전력 부족분을 LNG로 대체해 친환경과 안정성을 모두 잡겠다는 계획이다.

발전원별로 살펴보면 석탄발전은 8차 계획에 반영된 10기에 더해 이번에 신규로 20기를 추가 폐지하기로 했다.

이로써 2034년까지 가동 30년이 지난 석탄발전은 모두 폐지하게 된다.

신규 건설 예정인 석탄발전 7기를 고려하더라도 석탄 설비 용량은 2020년 34.7GW에서 2034년 29.0GW로 줄어든다.

폐지되는 석탄 30기 중 24기는 LNG로 전환한다.

그러면 같은 기간 LNG 설비 용량은 41.3GW에서 60.6GW로 늘어난다.

원전의 점진적 감축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는 그대로 이어간다.

이에 따라 원전 설비용량은 2019년 24.7GW에서 2034년 19.4GW로 줄고,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19.3GW에서 78.1GW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대로 이행될 경우 전원별 설비 비중은 원전과 석탄을 합해 2020년 46.3%에서 2034년 24.8%로 거의 반 토막이 나는 반면에 신재생에너지는 15.1%에서 40.0%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전력수급 15년 밑그림 공개…전기요금 영향 검토는 빠져(종합2보)
워킹그룹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중 어떤 설비가 늘어날지와 관련해 "신규 물량에 대해서 계속 조사 중"이라며 "상당 부분이 태양광에 집중돼 있는데 지역별로 재생에너지 잠재량에 맞춰서 추가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간 LNG 설비 비중은 32.3%에서 31.0%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전력수급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설비용량의 증가에 힘입어 2019∼2034년 신재생의 발전량 비중은 5.2%에서 26.3%로 5배 급등한다.

다만 날씨에 따라 변동성이 큰 특성상 2034년 설비 비중(40.0%) 대비 발전 비중은 절반을 조금 넘는 선에서 그쳤다.

원전은 설비 비중이 2034년 한 자릿수(9.9%)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발전 비중은 25.9%에서 23.6%로 소폭 감소한다.

석탄은 40.4%에서 28.6%로 에너지원 중 가장 많이 줄고 액화천연가스(LNG)는 25.6%에서 19.7%, 기타는 2.9%에서 1.8%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LNG와 신재생에너지는 발전단가가 석탄발전이나 원전보다 비싸다.

상대적으로 비싼 발전원을 많이 사용할 경우 전기요금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지만, 이에 대한 분석은 계획에 들어가지 않았다.

워킹그룹 관계자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기사업법에 검토 범위가 명시돼 있다"며 "거기에 전기요금 부분이 없기 때문에 전기요금 영향분석을 별도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력수급 15년 밑그림 공개…전기요금 영향 검토는 빠져(종합2보)
워킹그룹은 2028년까지 설비예비율을 20∼30% 확보하고 2029년부터는 신규 설비(4.7GW) 건설을 통해 22%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0∼2034년 연평균 전력수요 예상 증가율은 1.0%로 8차 계획의 1.3%보다 소폭 낮아졌다.

8차 계획보다 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4%에서 2.1%로 0.3%포인트 내려간 것이 주된 요인이다.

단기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요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평가되지만,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 과거 감염병 사례를 비춰봤을 때 중장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9차 계획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제시했다.

석탄발전의 과감한 폐지와 수요 감소, 매년 12월∼익년 3월 진행하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가 그 예시다.

여기에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석탄발전량 제약을 도입하기로 했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수요를 관리하는 것이다.

수요관리 워킹그룹은 에너지공급자 효율 향상 의무화(EERS) 제도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효율관리제도 기준을 강화해 고효율 기기 보급을 늘리는 안을 제안했다.

부하 관리 측면에서는 수요자원 시장을 개선하고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보급과 비전력에너지 설비 사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전력수급 15년 밑그림 공개…전기요금 영향 검토는 빠져(종합2보)
피크시간대 전기차의 저장전력을 계통에 거꾸로 보내는 양방향 충전(V2G) 기술이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조명 확산 등 새로운 수단의 도입도 검토한다.

워킹그룹은 이를 통해 2034년 기준 최대전력수요를 14.9GW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9차 계획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말 최종안이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부터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새롭게 들어가면서 최종안 확정이 이미 반년 가까이 지연됐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자문기구인 총괄분과위원회 유승훈 위원장(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은 "이번에 발표한 초안을 토대로 조만간 환경부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시작될 것으로 안다"며 "최종안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소요 기간 등에 따라 확정시기가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총괄분과위는 권고안을 제시한 것이고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쳐 내용이 일부 수정될 수 있다"면서 "환경부의 평가가 끝나면 국회에 보고하고 공청회를 거친 뒤 정부에서 최종 내용을 확정해 발표한다"고 덧붙였다.

[표] 발전량 비중 전망(잠정)
┌───┬────┬────┬────┬────┬────┬────┐
│ 연도 │ 원자력 │ 석탄 │ LNG │ 신재생 │ 기타 │ 계 │
├───┼────┼────┼────┼────┼────┼────┤
│ 2019 │ 25.9% │ 40.4% │ 25.6% │ 5.2% │ 2.9% │ 100% │
├───┼────┼────┼────┼────┼────┼────┤
│ 2030 │ 24.4% │ 31.4% │ 22.4% │ 20.2% │ 1.6% │ 100% │
├───┼────┼────┼────┼────┼────┼────┤
│ 2034 │ 23.6% │ 28.6% │ 19.7% │ 26.3% │ 1.8% │ 100% │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