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플랫폼 '라우드소싱'
김승환 라우더스 대표
고객과 디자이너를 작은 공모전을 매개로 연결해주는 이 플랫폼은 양쪽 모두에서 입소문을 탔다. 라우드소싱을 운영하는 김승환 라우더스 대표는 “지금까지 1만3000건 이상의 콘테스트가 열렸고, 국내 전체 디자이너 3분의 1 규모인 11만5000명이 등록돼 있다”고 말했다.
쉽고 빠르게 디자이너 찾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졸업 후 창업에 뛰어들었다. 양질의 디자인이 필요한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작은 가게나 중소기업 제품도 디자인만으로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는 사례가 늘어나면서다.
자체 디자인 인력을 갖지 못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주로 소규모 업체나 인쇄소에 간판이나 로고 제작을 의뢰했다. 수많은 업체 중 계약할 곳을 찾아 연락해야 했고, 결과물 선택의 폭도 2~3개 시안이 전부였다.
김 대표는 크라우드소싱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디자이너를 직접 찾지 않아도 플랫폼을 통해 여러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의뢰 게시물과 상금을 책정하기만 하면 디자이너들이 각자 작업한 10개 이상의 결과물이 들어온다. 상금은 30만원부터 설정할 수 있는데, 높은 금액을 제시할수록 결과물이 더 많이 모인다.
라우드소싱은 디자이너 사이에서도 호응이 높다. 5회 이상 참여한 디자이너가 1만 명 이상이다. 학력, 경력, 나이 대신 오직 결과물만으로 승부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를 쌓을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대학생 혹은 저연차의 디자이너들이 이곳을 즐겨 찾고 있다. 기한 안에 작업물을 올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직장에 다니는 디자이너들이 부업으로 일하기에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앱 디자인, 영상 제작도 의뢰
라우드소싱을 통해 디자인을 의뢰하는 고객은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방송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라우드소싱을 통해 ‘상용차 정비 경진대회’ 로고와 슬로건을 제작했다. KBS는 방송 프로그램 ‘낭만클럽’ 로고 디자인을 이 플랫폼에 의뢰했다. 지금 라우드소싱에서는 국립오페라단의 새 로고 공모가 열리고 있다.
김 대표는 “자체 디자인 인력을 갖고 있는 대기업도 새로운 시각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라우드소싱을 찾는다”고 했다.
콘테스트 주제도 다양해지고 있다. 창업 초기에는 로고나 광고 포스터 제작을 의뢰하는 고객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웹사이트·모바일 앱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 브랜드나 제품 이름 아이디어, 캐릭터 디자인 등으로 넓어졌다. 라우드소싱은 앞으로 영상 제작 분야로도 주제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콘테스트에서 선택을 받은 사람에게만 상금이 돌아가는 구조가 디자이너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는 “경력이 쌓인 디자이너에게는 1 대 1 의뢰 기회를 열어주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진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 개발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디자이너가 라우드소싱을 통해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포트폴리오 공유를 통해 네트워킹까지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