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이 최소 5년은 노력해야 쌓을 수 있는 신뢰 관계를 불과 한 달 만에 구축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사진)가 최근 우즈베키스탄 정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자문한 것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의 평가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감염병 전문가인 최 교수는 지난 3월 29일부터 한 달 동안 우즈베키스탄에 체류하며 방역을 도왔다. 성과도 거뒀다. 하루 160명 정도였던 확진자 수가 최근 40~50명 수준으로 확 줄었다. 최 교수는 우즈베키스탄의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최 교수는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코로나19를 겪으며 구축한 한국 방역 매뉴얼은 큰 국가적 자산”이라며 “체계적으로 관리해 다른 국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방역 모델을 해당 국가의 의료 상황에 잘 접목하면 감염병 대유행을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다녀온 우즈베키스탄은 3월 말까지만 해도 격리자 기준을 어느 범위까지 정할지, 조기 질병 진단은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매뉴얼이 없는 상태였다. 역학조사의 기본인 접촉자 판단 기준도 세우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최 교수는 “접촉자 기준과 사회적 거리두기, 역학조사 방법 등의 단계적 매뉴얼을 한국식으로 개정했다”며 “실제 코로나19 확산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최 교수의 자문 과정에서 양국 외교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아지즈 압두하키모프 우즈베키스탄 부총리는 강재권 주우즈베키스탄 대사에게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 이번에 알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최 교수는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여러 나라에 자문 등 도움을 요청했을 때 직접 날아와 도움을 준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며 “어떤 나라보다 시급히,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데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시급한 진단키트 등을 지원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최 교수는 진단키트 수급에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어려움을 겪자 국내 진단키트 회사들에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인맥 등을 총동원해 피씨엘로부터 진단키트 2만 개를 어렵게 구해 비행기 편에 실어 보냈다. 외교부는 무상원조 형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이런 방역 외교는 바로 경제협력 사업에 활용될 전망이다. 양국 부총리는 6일 화상회의를 열고, 보건의료 분야 등 50여 개 투자사업의 협력 방안을 구체화한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도 한국의 노력에 적극 화답했다. 최 교수의 귀국길에 한국 교민 192명을 태운 전세기를 띄웠다.

최 교수는 한국의 방역모델 수출은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해당 국가의 의료 현실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의 방역모델을 전달한다면 제대로 효과를 낼지 미지수”라며 “그 나라를 잘 아는 의료전문가 등이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 관련 백서 제작에 참여했던 최 교수는 우즈베키스탄 등 개발도상국에 대한 보건·의료 지원사업에 적극 참여해왔다. 그만큼 해당 국가의 현실을 잘 파악하고 있어 방역 자문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다.

최 교수는 “방역모델을 해외에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선 정부 지원과 함께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