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33년간 유지해온 ‘보호막’에 정부가 손을 댄다. 가맹점들이 물건을 팔 때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체크카드나 현금 계좌이체 방식의 간편결제 등을 이용하면 값을 깎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올해 안에 추진할 계획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발표한 ‘10대 산업분야 규제혁신 방안’에 따라 신용카드 회원 차별금지를 완화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7월께 마련한다. 현행 여전법은 현금이나 계좌이체 등으로 결제한다고 해서 신용카드를 쓸 때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면 가맹점에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카드산업 '33년 보호막' 깨지고…간편결제 활성화하나
이번에 추진하는 법률 개정은 신용카드보다 다른 결제수단을 우대하지 못하도록 한 기존 규정을 바꿔 체크카드나 모바일 결제 등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핵심이다. 신용 위험이 없는 저비용 결제수단에 대해 가맹점 수수료 범위 안에서 더 많은 할인과 포인트 적립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신용카드업계는 1987년 신용카드업법이 제정될 때부터 카드회원 차별금지 규정(여전법 19조)의 보호를 받아왔다. 가맹점들이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쓰면 10% 깎아준다면서 현금 결제를 유도하면 신용카드 이용률이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가맹점이 현금을 받으면서 세금을 신고하지 않는 위법행위를 막겠다는 뜻도 담겨 있었다.

정부는 모바일 결제 등에 혜택을 주면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의 효과와 함께 새로운 결제 플랫폼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계좌이체 방식의 간편결제는 신용카드 결제 과정을 담당하는 밴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가 낮아질 수 있다.

정부 뜻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신용카드 대신 간편결제를 쓰면 물건값을 깎아준다’는 식의 영업이 가능해진다. 예컨대 CU 편의점에서 3000원짜리 도시락을 살 때 신용카드로는 할인받을 수 없지만 간편결제로는 10% 할인을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다.

카드업계는 반발하는 기색이다. 계좌이체 방식의 간편결제 수수료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보다 높기 때문에 정부가 말하는 ‘저비용 결제’는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부는 연매출 5억~10억원 구간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1.4%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2.4%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페이코(2.0%)와 네이버페이(1.65%)도 신용카드사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매긴다. 여전법이 아니라 전자금융법을 적용받아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개인 간 송금 방식이 본격화하면 각종 세금을 누락하는 경우 이를 잡아내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크카드에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어 카드업계에서 은행계 카드사가 기업계 카드사보다 유리한 입지에 서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계 카드사는 기업계 카드사보다 결제금액의 0.2%포인트가량 체크카드 수수료를 아낄 수 있어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