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 끝나면 '표창'에 반영"…교사들 "실무자 죽어난다" 불만
학교 운동장 개방 논란도…"이용자 마스크 착용, 학교가 확인할 수밖에"
교사업무 줄인다더니 '방역준비 우수사례' 모집 나선 교육부
교육부가 전국 교육청과 학교에서 '코로나19 방역준비 우수사례'를 모집하고 나중에 '유공자 표창' 등에 반영하겠다고 하면서 교사들 사이에서 '바쁜데 쓸데없는 업무를 늘린다'는 불만이 나온다.

교육부는 이달 초 교사들이 원격수업에 전념하도록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코로나19 방역준비 우수사례를 발굴해 5월 1일까지 제출해달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교육부는 "등교개학이 이뤄지기 전 우수사례를 전파해야 한다"라며 5월 1일까지밖에 시간을 주지 못한 점에 '양해'를 부탁하고 "우수사례로 선정된 기관은 코로나19 상황 종료 후 유공자 등을 표창하게 되면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했다.

공문을 받아든 교사들은 취지는 알겠지만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사들이 감염병 전문가가 아니니 학교 방역준비는 교육당국이나 방역당국의 지침대로 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상황인데 무슨 우수사례를 찾는다는 건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고교교사는 "교육부가 원격수업과 등교개학 준비를 위해 공문을 최소화한다고 했으나 자료제출 요구는 여전히 그치지 않는다"면서 "방역준비까지 잘한 학교와 못한 학교를 나누려는 것인가 싶어 교사들이 탄식했다"고 전했다.

아직 등교개학이 이뤄지지 않아 학교의 방역준비가 완벽한지 알 수 없는 시점에 벌써 '유공자 표창'을 논하는 것이 옳으냐는 비판도 나왔다.

교육당국은 2차 온라인개학으로 초등학교 저학년을 제외한 전 학년이 원격수업을 듣기 시작한 지난 16일 원격수업 플랫폼들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을 해냈다'는 등 자찬을 쏟아내 빈축을 산 바 있다.

충남의 한 중학교 영어교사는 "승진을 앞둔 관리자는 표창을 준다고 하면 아무래도 신경 쓰이지 않겠느냐"면서 "결국 학교마다 '우수사례'를 만들어 보고하게 돼 실무를 맡은 교사는 죽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원격수업이 진행되며 교사들의 업무가 과중해진 상황이다.

최근 EBS는 온라인클래스 '부적정 수강 의심학생'을 각 교사에 통보해주기 시작했다.

학습 시간이 교사가 강의 영상 길이를 고려해 설정한 시간보다 지나치게 짧은 경우 등 학생이 자동화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사용했다고 보고 학습기록을 교사에게 전달해주는 데 실제 '부적정 수강'을 했는지는 교사가 판별해야 한다.

한 고교교사는 "요즘 학생들은 강의를 1.5배속이나 2배속으로 빠르게 들어 학습 시간이 짧다고 모두 부적정하게 수강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실제 부적정 수강을 했는지 알려면 교사가 기록을 가지고 '유도신문'을 해야 하는데 내가 맡은 학생이 150여명이나 되고 교사가 수사관도 아니라고 생각해 그냥 넘어간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이 원격수업과 등교개학 준비로 바쁜 교사의 업무부담을 더하는 일이 또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4일 일선 학교에 "운동장 등 실외 체육시설을 주민에게 적극적으로 개방해달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교육청은 '사회적 거리 두기' 강도가 완화되고 정부에서 '방역환경이 준비된 실외 체육시설은 개방해달라'라는 취지의 요청을 해와 이같이 조처했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와 서울실천교육교사모임은 29일 성명을 내고 "학생들이 등교할 때가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실외 체육시설을 개방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낸 서울시교육청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긴급돌봄을 이용하는 학생들과 원격수업을 준비하는 교직원은 지금도 학교에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교육청이 내려보낸 '학교시설 이용자 준수사항'이 실제 지켜지는지 학교가 확인해야 해 또 업무가 늘었다는 불만도 나온다.

교육청은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2주 내 외국을 여행한 경우 등에는 학교시설 이용을 자제하고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준수해달라는 이용자 준수사항을 마련했는데 현장에서 실제 이행될지는 '시민의식'에 달렸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강도가 완화된 뒤 학교 운동장에서 산책이라도 하게 해달라는 민원이 많았다"면서 "교육청도 민원과 일선 학교의 요구 사이에서 곤혹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