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연방경찰은 대통령실 위한 정보기관 아냐"…의회·법조계도 반대

최근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무리한 행보로 또다시 논란을 자초했다.

자신의 가족과 가까운 인사를 연방경찰청장에 임명하려다 대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스스로 정치적 위기를 부른 것이다.

알레샨드리 지 모라이스 대법관은 29일(현지시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알레샨드리 하마젱 연방경찰청장 임명 절차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하마젱 청장 취임식은 이날 오후에 열릴 예정이었다.

모라이스 대법관은 이번 연방경찰청장 임명을 "개인의 목적을 위한 권력 남용"이라고 주장한 중도 좌파 민주노동당(PDT)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였다.

모라이스 대법관 자신도 "연방경찰은 대통령실을 위한 정보기관이 아니다"라며 이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브라질 대통령 위기 자초…아들 친구 경찰청장 임명하려다 무산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모라이스 대법관의 명령이 나오자 임명 시도를 철회했고, 하마젱은 본래 자리인 브라질 정보국(Abin) 국장으로 돌아갔다.

하마젱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둘째 아들인 카를루스 보우소나루 리우데자네이루 시의원의 친구다.

지난 2018년 대선 당시에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경호를 책임지기도 했다.

그동안 의회와 법조계에서는 가족과 특수 관계에 있는 인사를 임명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변형된 형태의 '네포티즘'이라는 비난도 따랐다.

네포티즘은 친척에게 관직이나 지위·명예 등을 부여하는 친족 중용주의를 의미하며 흔히 족벌정치를 표현하는 말이다.

브라질 대통령 위기 자초…아들 친구 경찰청장 임명하려다 무산
앞서 브라질 언론은 연방경찰이 카를루스 시의원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에두아르두 하원의원을 가짜뉴스 유포에 가담한 혐의로 조사를 진행해 왔다고 보도했다.

연방경찰의 조사는 연방대법원의 승인 아래 지난해 3월께부터 은밀하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경찰은 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가짜 뉴스를 퍼뜨려 대법관을 포함해 입법·사법부 고위 인사들을 공격하고 위협·협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수개월 전에 이 사실을 알고 마우리시우 발레이슈 전 연방경찰청장에게 조사 내용을 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계속 거부당했고, 결국 지난주 경찰청장을 교체했다.

세르지우 모루 전 법무부 장관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발레이슈 청장 교체를 강행하자 직권남용이라고 반발하며 지난 24일 전격 사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