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구이저우성의 한 백화점이 중국의 '국주(國酒)'로 불리는 마오타이 술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화제다. 중국에서 마오타이가 갖고 있는 파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중국 증권시보 등에 따르면 구이저우성에 있는 싱리백화점은 최근 보유한 마오타이 16만병을 담보로 제공하고 구이양은행에서 3년 내 상환을 조건으로 2억3000만위안(약 400억원)을 대출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객 감소로 자금난에 빠지자 긴급 처방에 나선 것이다.

싱리백화점이 담보로 내놓은 마오타이는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500ml 용량의 페이톈(飞天) 53도짜리다. 소비자 가격은 병당 1499위안(약 26만원)이다. 구이양은행에선 이보다 낮은 1399위안으로 계산해 담보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 마오타이 가격이 보통 매년 100위안씩 오르는 점을 감안할 때 3년간 가격 상승분이 은행이 받을 이자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은행 입장에선 매우 실리적인 거래라는 게 주류업계의 평가다. 싱리백화점이 대출을 갚지 못하더라도 은행은 값이 오른 마오타이를 시장에 내다팔아 이득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대출 거래는 중국에서 마오타이가 갖고 있는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경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 마오타이는 투자가치가 높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내 소비가 얼어붙었는데도 마오타이 판매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마오타이 매출은 244억500만위안(약 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증가했다. 10% 감소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돈 실적이다.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한 130억9400만위안에 달했다. 실적 호전 덕분에 상하이증시에서 마오타이 주가는 28일 주당 1279.13위안으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