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 ‘호두까기 인형’ 중 ‘꽃의 왈츠’가 플루트와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의 하모니로 시작됐다. 원작 발레에서 사탕요정 시녀들이 하는 발동작이 연상되는 목관악기의 가벼운 놀림이 마음을 간질였다. 중간부쯤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곡의 흐름을 기품있고 우아한 호른의 울림이 잡아줬다. 후반부에 클라리넷, 플루트가 화려한 기교를 뽐내며 꽃의 축제를 화사하게 마무리했다.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밝고 경쾌한 선율이 27일 온라인을 타고 봄밤을 수놓았다. 이날 오후 8시부터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무관중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으로 열린 ‘코로나19 극복 기원 한경필하모닉 신춘음악회’를 통해서다. 음악회 실황은 한경필 공식 유튜브 계정과 한경닷컴 공연실황 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안영지(플루트) 안중현(오보에) 박진오(클라리넷) 이은호(바순) 임은진(호른) 등 목관5중주의 생기발랄한 ‘봄의 왈츠’가 무관중 음악회의 막을 활짝 열어젖혔다. 이어 음악회 진행과 해설을 맡은 류태형 음악평론가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오늘 신춘음악회는 봄에 어울리는 흥겨운 선율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려 한다”며 “‘경제와 문화의 가교’라는 슬로건처럼 문화 혁신에 관심을 가져온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경필하모닉의 새로운 시도를 계속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본공연의 첫 곡은 비발디의 ‘두 대의 트럼펫을 위한 협주곡’. 한경필 트럼펫 주자인 백향민 수석과 임윤경 단원이 일반 트럼펫보다 크기가 작고 섬세한 소리를 내는 ‘피콜로 트럼펫’을 들고 무대 전면에 섰다. 한경필 현악 주자들이 이들을 반원 형태로 둘러쌌다. 두 연주자가 마주보며 연주하는 트럼펫 선율이 텅 빈 롯데콘서트홀을 아름답게 울렸고, 현악 오케스트라가 이를 든든히 받쳤다. 트럼펫 소리는 마치 새봄을 노래하는 새의 지저귐 같았다.공연의 백미는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한경필을 이끄는 젊은 현악 주자들의 열정과 패기를 만끽할 수 있는 무대였다. 각 계절 파트를 서로 다른 바이올린 독주자들이 맡아 연주했다. 이전 ‘사계’ 무대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였다. 김현남 악장이 독주를 맡은 ‘봄’에선 평소보다 반 박자 빠른 연주로 경쾌한 선율이 도드라졌다. 정진희 악장은 여름날 풍경을 강렬한 독주로 풀어냈다. 박지연 부수석은 앞선 곡보다 템포를 늦췄지만 풍성한 선율로 가을을 표현했다. 백수련 수석은 차분한 연주로 겨울의 적막함을 표현했다. 각 독주자는 이처럼 계절이 변하는 풍경을 극적으로 들려줬다. 류 평론가는 “2018년 한경필은 ‘사계’로 이름을 떨치는 세계적 실내악단 이무지치와 함께 무대에 올랐는데 그때 전수받은 노하우로 필살기를 보여줬다”며 “한국, 아니 세계 연주단체와 비교해도 생동감 넘치는 연주였다”고 평했다.앙코르곡은 이날 무대에 오른 연주자가 모두 함께 들려준 홍난파의 가곡 ‘고향의 봄’. 류 평론가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예술계를 위해 한경필 단원들이 ‘고향의 봄’을 준비했다”며 “이 곡을 들으며 따사로운 봄을 만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이날 공연을 빛낸 숨은 주역은 생중계 기술진이었다. 이들은 공연장의 영상과 음향을 온라인으로 생생하게 전달했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지미집 등 카메라 여섯 대를 동원해 한경필 단원들의 연주 모습 하나하나를 역동적으로 잡아냈다. 영상 촬영을 담당한 김준원 팀원미디어 대표는 “공연 시작 며칠 전부터 촬영 감독들과 연주곡을 공부한 덕분에 연주자들의 열정적인 연주 모습을 놓치지 않고 잡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한경필은 생생한 소리를 전하기 위해 롯데콘서트홀 음향팀과 협업했다. 객석 앞으로 퍼지는 소리를 잡기 위해 무대 바닥에 마이크 두 대를 추가로 놓고, 소리가 공연장 내벽에 부딪힌 뒤 남아 있는 음량(잔향)을 전달하기 위해 무대 위에 소리 반사판과 보조 마이크도 설치했다. 봉덕영 롯데콘서트홀 음향감독은 “소리 반사판과 보조 마이크를 활용해 따로 음향 보정을 하지 않아도 연주를 생동감있게 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공연을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람한 클래식 애호가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아이디 ‘최크리스티나’는 채팅창을 통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집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한 네티즌은 “친숙한 곡인 ‘사계’가 이렇게 감동적일 줄 몰랐다”며 “오늘 연주는 이무지치 협연 때보다 더 훌륭했다”고 댓글을 남겼다.이날 공연 실황은 한경필 유튜브 계정에서 다시보기로 즐길 수 있다. 한경필은 이날 공연에 이어 다음달 7일에도 무관중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을 연다.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사진)가 27일 오후 8시부터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코로나19 극복 기원 신춘음악회’를 연다. 관중 없이 여는 공연으로 한경필 유튜브 계정과 한경닷컴 공연실황 코너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한다.한경필 단원 20~30명으로 편성된 체임버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라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 ‘호두까기 인형’ 중 ‘꽃의 왈츠’, 비발디의 ‘두 대의 트럼펫을 위한 협주곡’과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를 들려준다. 온라인 관객들이 무대에 더 집중해서 볼 수 있도록 ‘사계’는 악장마다 다른 바이올리니스트가 독주자로 나선다. ‘봄’은 김현남 악장, ‘여름’은 정진희 악장이 독주 파트를 연주하고 ‘가을’은 박지연 부수석, ‘겨울’은 백수련 수석이 독주 파트를 맡는다.이번 공연에서 주목해서 들을 만한 곡은 앙코르곡으로 준비한 홍난파 작곡의 가곡 ‘고향의 봄’이다. 이날 출연한 오케스트라 단원 전원이 무대에 올라 연주한다. 관현악 연주를 위해 작곡을 전공한 이재원 한경필 사무국 직원이 편곡했다. 그는 “원작의 구슬픈 선율을 이어받으면서도 관객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재즈 멜로디를 추가했다”며 “모든 단원이 무대에 올라 연주하는 곡인 만큼 파트별 성량 조절에도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홍석원 한경필 음악감독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여는 온라인 공연이라 관중에게 친숙한 곡으로 선정했다”며 “실황 공연에서 느끼는 긴장감 있는 곡보다 힘든 시기에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을 연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홍 감독은 이번 공연에선 지휘봉을 내려놨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오스트리아에 코로나19가 퍼져 귀국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취임 후 단원들이 스스로 호흡을 맞춰 연주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한경필은 지휘자 없이도 최고의 연주를 들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계절도 잊게 했다. 감염 공포가 봄을 가렸다.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차이코프스키의 ‘꽃의 왈츠’ 등 밝고 경쾌한 선율로 새봄을 알린다. 오는 27일 오후 8시부터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무관중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으로 열리는 ‘코로나19 극복 기원’ 한경필하모닉 신춘음악회를 통해서다.이번 음악회는 한경필 유튜브 계정과 한경닷컴 공연실황 코너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된다. 온라인 공연의 특성을 살려 곡을 해설해주는 프로그램도 들어간다. 류태형 음악평론가가 진행을 맡았다. 류 평론가는 단원들이 다음 곡을 준비하는 동안 연주곡을 자세하게 소개할 예정이다.이번 공연에서 홍석원 한경필 음악감독은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유럽을 휩쓸면서 홍 감독이 머물고 있는 오스트리아에서 귀국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신 지휘자 없이 체임버오케스트라 형식으로 공연을 꾸렸다. 체임버오케스트라는 단원 20~30명으로 구성된 실내악단이다. 한경필 악장을 함께 맡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현남과 정진희가 연주를 이끈다.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 ‘호두까기 인형’ 중 ‘꽃의 왈츠’로 공연의 막을 연다. 목관 5중주로 편곡해 연주한다. 안영지(플루트), 안중현(오보에), 박진오(클라리넷), 이은호(바순), 임은진(호른) 등 한경필 단원들이 무대에 선다. 이 곡은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이다. 왈츠로 시작해 중반부에선 호른이 우아함을 연출한다. 후반부에 목관악기의 화음이 어우러져 성대하게 끝난다.비발디의 ‘두 대의 트럼펫을 위한 협주곡’이 이어진다. 비발디가 생전 마지막으로 작곡한 트럼펫 곡이다. 한경필 단원인 백향민 수석과 임윤경 단원이 트럼펫 주자로 나선다. 백향민 수석은 한국예술종합대에서 학·석사를 마친 뒤 코리안아츠 브라스 수석, 심포니송 오케스트라 수석을 거치며 활발한 연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다.이번 공연의 주인공은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다. 비발디는 곡마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담았다. 악장마다 곡의 빠르기를 다르게 작곡해 바로크 시대 협주곡의 토대를 수립한 작품이다.한경필은 공연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사계’의 악장마다 다른 바이올린 독주자가 나선다. ‘봄’은 김현남 악장이, ‘여름’은 정진희 악장이 독주 파트를 연주한다. 이어 ‘가을’은 박지연 부수석, ‘겨울’은 백수련 수석이 연주를 이끈다.독주자마다 곡을 해석하는 시각이 다르다. 김현남 악장은 “코로나19와 싸우느라 계절이 바뀌었어도 마음에 봄이 찾아오지 않은 클래식 애호가들을 위해 평소보다 활기차게 연주할 것”이라며 “평소보다 반박자 빠르게 연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진희 악장은 ‘강렬함’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여름은 사계의 다른 악장에 비해 열정적인 곡”이라며 “코로나19로 억눌린 감정을 강렬한 연주로 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앙코르 곡도 준비했다. 공연 마지막에 오케스트라 단원 전원이 무대에 올라 홍난파 작곡의 가곡 ‘고향의 봄’을 들려준다.이번 공연은 한경필 단원에게도 뜻깊은 공연이다. 한경필은 지난달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함께하는 신춘음악회를 준비했다. 코로나19로 공연이 잇달아 취소되자 단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 김 악장은 “연주자들에게 신춘음악회는 봄을 알리는 ‘꽃’과 같다”며 “1년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이 취소되자 단원들이 의기소침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생중계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은 연주에 목말라하는 단원들에게 ‘단비’와 같았다. 단원들은 처음으로 관객 없이 연주하는 무관중 공연에 평소보다 긴장한 모습이다. 정 악장은 “보통 무대에서 관객들의 표정을 읽고 분위기에 맞춰 연주에 집중하는데 보이지 않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연주하는 만큼 일반 연주회보다 훨씬 떨리는 무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홍석원 음악감독도 비록 함께하지 못하지만 연습이 있는 날이면 전화를 걸어 단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홍 감독은 “관객들에게 봄을 알리는 공연인 만큼 부담 갖지 말고 최대한 즐겁게 연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