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중심으로 은행산업 재편 시 부작용 우려"
"기존 은행, 변모 쉽지않은 상황…핀테크기업과 협력 필요"
한은 "국내 은행업, 은행·핀테크·빅테크 공존이 바람직"
국내 은행산업의 구조 재편 방향은 기존 은행과 핀테크 업체, 빅테크 기업(거대 정보기술 기업)이 협력·공존하면서 경쟁 구도를 형성해 나가는 유기적인 구조가 바람직해 보인다고 한국은행이 27일 제언했다.

한은 금융안정국의 김훈 부장, 박나연·김주영·이창순·박지수 과장은 이날 조사통계월보에 실린 '우리나라 은행 산업의 미래와 시사점' 논고에서 "현재로선 금융 시스템 안정성, 국내 은행산업 진입 규제 수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용 최소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새로운 국내 은행업 구조재편의 밑그림을 이같이 제시했다.

연구진은 먼저 "(인터넷 은행을 포함한) 빅테크 기업이 실물경제에 형성된 빅데이터를 직접 획득해 인공지능으로 분석·판단한 뒤 최적화한 금융서비스를 수요자에게 제공하면 실물·금융 간 상호보완을 통해 경제 성장을 가속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빅테크 기업의 산업 독점화 가능성, 위험 전이 및 증폭 등의 부작용을 고려할 때 빅테크 기업만으로 은행 산업 구조가 형성되는 것은 경제 전반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어 "기존 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구조를 유지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은행 경쟁력 강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존 은행들이 단독으로 짧은 기간에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한 차세대 은행으로 변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고객 기대와 빠르게 변화·발전하는 디지털 혁신을 수용하기 위해 핵심 은행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려면 막대한 투자액과 시간, 자원이 소요되는 반면 수익성 제고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나기 어렵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기존 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협력할 경우 기존 은행은 디지털 전환 등에 필요한 비용·시간을 절감할 수 있고, 핀테크 기업은 은행의 풍부한 자본력, 고도화된 리스크관리 노하우를 활용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터넷은행을 포함한 핀테크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은 기존 은행들과 상호 경쟁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

연구진은 "기관 간 경쟁으로 은행 산업 전체가 제공하는 금융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고 국내은행이 협소한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 진출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각 금융기관이 상호 밀접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경우 고객정보 및 시스템의 연계성이 높아지는 만큼 은행 산업 전반의 잠재리스크 증대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