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6조원 규모 네 번째 구제안 표결…AP "정신 바짝 차리게 한 풍경"
마스크 쓰고 스카프 두르고 장갑까지…한 달 만에 모인 미 하원
미국 하원이 23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4천840억 달러(약 596조원) 규모의 지원안을 통과시킨 워싱턴DC 의사당은 미국이 대유행의 중심에 서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대부분의 의원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표결을 진행했고, 민주당 소속 하원 수장인 낸시 펠로시 의장은 마스크 대신 스카프를 얼굴에 두르고 현장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AP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처럼 코로나19 위협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면, 하원을 지켜볼 때는 그것을 알지 못할 것"이라고 촌평했다.

하원은 지난 21일 해당 법안이 상원을 통과한 지 이틀 만인 이날 찬성 388명, 반대 5명의 압도적인 표 차로 추가 구제법안을 속전속결로 가결했다.

한 달 만에 열린 하원에서 대부분의 의원이 마스크를 했지만, 극히 소수의 공화당 의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의원들은 팔꿈치 인사를 하면서 그간 워싱턴의 굳은 관습이었던 악수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상기해야 했다고 AP는 전했다.

표결에 앞서 의사당에 도착한 의원들을 기다린 것은 회의장 문밖 테이블 위에 놓인 마스크와 장갑이었다.

회의장 안에는 네 자리 간격으로 돼 있는 착석자들의 의자 위에 전단들이 놓여 있었다.

표결 시간이 되자 의원들은 알파벳 순서로 나타나서 특정 출입문으로 줄지어 들어갔고, 역시 줄줄이 다른 문으로 나왔다.

실크 스카프를 두른 펠로시 의장부터 방에 흩어져 있는 의회 직원과 보좌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의회가 공무를 수행하고 있는 이 장면은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하는 풍경이었다고 AP는 전했다.

마스크 쓰고 스카프 두르고 장갑까지…한 달 만에 모인 미 하원
일부 정치인들에게 코로나19는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일이기도 했다고 AP는 소개했다.

민주당 소속의 맥신 워터스 하원 금융위원장은 그녀의 자매가 코로나19에 감염돼 병원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의회 연단에서 말했다.

브랜다 로런스 의원은 막 전화 한 통을 받았다면서 "또 다른 소중한 친구가 죽었다.

나는 오늘 찢어지는 마음으로 여기에 서 있다"고 했다.

이는 하원 만의 일이 아니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중도 하차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지난 21일 코로나19로 오빠를 잃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구이자 후원자 스탠리 체라도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최근 숨졌다.

전 공화당 의원인 일리나 로스 레티넨은 트위터에 "이 새로운 기준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앞으로 몇 년 뒤에 다시 볼 때 이 장면은 진기한 게 될까, 아니면 지금부터의 일들 그대로일까"라고 썼다.

AP는 "'포스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많은 것들처럼 그것도 불확실하다"며 "전통에 충실한 의회가 미래의 팬데믹 때 궁극적으로 원격이나 대리 투표를 허용할지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한편 중소기업위 증언을 위해 의회에 도착한 의원들은 복도 건너편 사무실로 가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표식을 건네받은 뒤 모든 사람에게 '6피트(1.83m) 떨어지라'고 촉구하는 글들이 적힌 청문회장의 특정 좌석으로 안내됐다.

의회 직원들은 재빨리 발언자들 사이의 모든 것을 깨끗이 닦아냈다.

청문회장에 참석한 수십명의 의원 중 공화당의 짐 조던 의원과 제임스 코머 의원만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청문회장 밖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공화당의 팀 버쳇 의원은 "더 필요한 이들을 위해 착용하지 않았다.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것을 못 들었느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