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행복지도 2020' 발간
한 해 동안 무려 142만9천242명의 한국인이 참여한 '세계 최대' 규모의 행복 데이터가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대한민국 행복지도 2020'(21세기북스)은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와 카카오 '같이가치' 팀이 2019년 카카오 '마음날씨' 플랫폼을 통해 매일 측정한 '안녕지수' 데이터를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마음날씨 플랫폼 방문자가 삶에 대한 만족감, 인생에서 경험하는 의미, 스트레스, 감정적 경험 등에 관한 10개 질문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해에는 하루 평균 3천915명이 참가했고 7천903건의 응답이 수집됐다.
한 사람이 여러 차례 응답할 수 있기 때문에 참가자 수보다 응답 건수가 많다.

행복에 관해 이처럼 방대한 조사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고 서울대 행복연구센터는 설명한다.
조사 자료를 종합 분석한 책은 지난해 4월 처음 발간됐으며 이번이 두 번째다.
한국인의 행복을 연령, 지역, 날짜, 성별로 분석했고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인지를 추적했다.
10개 질문에 대한 응답을 종합적으로 산출한 안녕지수의 2019년 평균은 10점 만점에 5.12로 '보통' 수준이었다.
전해의 5.18보다 약간 하락했다.
여성과 남성 모두 0.08 낮아져 성별에 따른 변동 폭의 차이는 없었으나 연령별로는 10대의 하락 폭이 0.26으로 가장 컸다.

행복을 연령대별 그래프로 나타내면 대체로 'U자' 형으로 나타난다.
이를 성별로 다시 나눠서 분석하면 40대까지는 평균적으로 남성이 더 행복하지만 40대부터는 격차가 크게 좁혀지고 50대 이후에는 근소한 차이이기는 하지만 여성이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연구센터는 그 이유를 뚜렷이 지목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날짜별 안녕지수 '베스트5'를 살펴보면 모두 토요일 또는 연휴 중간이거나 연휴 직후여서 휴식이 행복과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가장 불행한 날은 쉽게 이유를 추정할 수 있다.
안녕지수가 가장 낮았던 11월 15일은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다음 날이기 때문이다.
그다음 날인 11월 16일이 2위를 차지했고 '워스트 5' 가운데 나머지 3일은 월요일이었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4월과 11월의 안녕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4월의 경우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전년도 지수가 워낙 높아 2019년에 상대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11월에는 2019년 지수의 하락이 두드러졌는데 이 시기 국가적으로 큰 뉴스는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이 기간에 유독 '부동산'과 '집값'에 대한 검색 빈도가 높아져 이 문제가 행복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요일별로는 금요일의 평균 안녕지수가 가장 낮았다.
'불금'이라는 말에서 보듯 많은 사람이 금요일에는 주말 휴일을 앞두고 즐거운 기대를 가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배치되는 결과다.
행복연구센터는 1주일의 업무와 학업으로 쌓인 스트레스로 금요일이면 심리적 탈진(번아웃)을 경험하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한 주일 가운데 가장 행복한 요일은 다수가 예상하는 대로 토요일이었다.
지역별로는 전년도에 이어 2019년에도 해외거주자의 안녕지수가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세종, 제주, 울산, 경남 순이었다.
서울은 7위로 전년보다 3계단 올랐고 인천은 전년에 이어 최하위였다.
거주지에 따른 행복을 성별로 구분해 분석해 보면 남성의 안녕지수가 가장 높은 곳은 세종, 여성의 안녕지수가 가장 높은 지역은 해외였다.
반대로 남성과 여성의 안녕지수가 가장 낮은 곳은 각각 인천과 전북이었다.

우선 행복한 사람들은 스스로 '높은 계층'이라고 여긴다.
유엔 삶의 만족도 조사와 비교해 보면 10단계로 구분한 사회 계층 가운데 최고 단계인 10층에 해당하는 응답자의 삶의 만족도 지수는 유엔 조사 1, 2위인 핀란드와 덴마크를 웃돌았다.
반면에 1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느낀 삶의 만족도는 유엔 조사에서 151, 152위인 예멘과 르완다와 비슷했다.
결국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도 계층에 따라 삶의 만족도는 덴마크·핀란드 수준일 수도, 예멘·르완다 수준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으로는 이 밖에도 바쁜 일상, 완벽보다는 타협을 선택하는 경향, 타인을 의심하지 않는 성향, 행복하기 위한 의식적 노력을 들 수 있다고 행복연구센터는 설명한다.
유용하고 흥미로운 내용이 많은 책이지만, 각종 도표와 수치 자료가 홍수를 이뤄 보고서 양식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