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살인 혐의로 구속영장 발부된 피의자는 실종여성 친구 남편
전주 30대 여성 실종사건…넘치는 증거에도 피의자는 범행 부인
전주 완산경찰서는 실종된 30대 여성이 숨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주일 넘게 생존 반응이 나타나지 않은 데다 실종 이후 여성의 계좌에서 한 남성의 통장으로 돈이 이체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남성을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강도살인 혐의를 받는 이 남성은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입장에선 실종자를 찾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됐다.

◇ 그의 차에 올라탄 뒤 사라진 여성
경찰의 수사를 종합하면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원룸에서 홀로 사는 A(34·여)씨는 지난 14일 오후 10시 40분께 집을 나섰다.

그는 인근에서 기다리던 B(31·남)씨의 차에 탄 뒤 연락이 끊겼다.

B씨는 A씨 친구의 남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와 B씨의 관계에 대해서는 주변 진술이 엇갈리지만, 연락을 직접 주고받을 정도로 거리낌 없는 사이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부터 사흘째인 17일 A씨의 오빠는 "동생이 연락을 받지 않는다.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여성청소년계 등으로 구성된 수사팀을 꾸렸으나 강력범죄 정황이 드러나자 형사과와 광역수사대를 투입했다.

실종된 A씨의 계좌에서 B씨의 통장으로 수십만원의 현금이 이체된 사실을 확인하고서다.

경찰은 지난 19일 B씨를 긴급체포하고 48시간의 체포시한 만료일인 21일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 뚜렷한 범행 정황에도 실종자는 찾지 못해
경찰은 일주일 넘게 생존 반응이 없는 A씨가 이미 숨졌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그 과정에 B씨가 깊숙하게 관여했거나 주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종자가 B씨의 차에 강제로 탄 뒤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데다가 이후 계좌에서 돈이 피의자 통장으로 이체된 것은 강력범죄의 증거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여기에 범행 추정 시간대 폐쇄회로(CC)TV에 찍힌 B씨의 차량 조수석이 성인 여성을 가릴 수 있는 크기의 흰색 천으로 싸여 있던 점과 신원불명의 혈흔이 검출된 것도 범행 정황이라고 할 수 있다.

차량의 블랙박스는 없었으나 내부에서 삽이 발견되기도 했다.

법원은 경찰이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B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B씨는 "억울하다"며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혐의를 밝히는데 결정적인 단서가 될 실종자 찾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형사과에 이어 기동대까지 투입했다.

◇ 시신 없어도 살인 혐의 적용이 가능할지가 관건
경찰이 실종자를 발견하면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살해된 것으로 확인되면 이미 적용된 강도살인 혐의 이외에 시신유기 등의 혐의도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아도 경찰이 확보한 증거에 따라 검찰 단계에서 기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을 공분하게 만든 고유정 사건의 경우도 시신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별다른 문제 없이 기소가 이뤄졌다.

다만 정황증거만 확보했을 경우에는 추후 공소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법무법인 세상 우승원 변호사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미뤄 구속된 피의자가 사건에 밀접하게 개입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피해자의 통장에서 현금이 이체된 것은 혐의 입증에 중요한 증거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실종자가 사망했다는 것을 시신 수습 등을 통해 밝히지 못한다면 기소 이후에 이를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며 "결국 수사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증거를 확보하느냐가 원활한 공소 유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