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4군과 함께 하겠다"…8월 전당대회까지 지역위원장 활동
지역 맹주 '이용희-이재한 부자'와 당내 주도권 경쟁 불가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동남4군) 후보로 나섰다 낙선한 곽상언 변호사가 지역에서 정치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낙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충북서 재기 노린다
곽 변호사는 22일 측근을 통한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역에서 할 일을 하나하나씩 밟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앞서 지난 16일 새벽 총선 개표가 마무리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를 통한 희망을 현실로 만들지 못해 죄송할 뿐"이라면서도 "저는 또 걸으며 새로운 내일을 만들겠다"고 재기를 다짐한 바 있다.

곽 변호사의 측근은 "지역에서 어떤 식으로 활동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주변에 지역과 함께 하겠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며 "요즘은 4개 지역을 모두 돌며 낙선 인사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 후보로 당연직 동남4군 지역위원장을 맡은 곽 변호사는 일단 오는 8월 예정된 전당대회 개최 전까지 위원장직을 수행한다.

본인의 의사만 확고하다면 전당대회 이후에도 위원장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내 안팎의 전망이다.

곽 변호사의 최근 발언과 주변의 전언을 종합하면 그가 지역에 남아 지역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 정치적 외연을 넓혀가겠다는 뜻을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낙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충북서 재기 노린다
한 지역 정계인사는 "곽 변호사가 본적지가 영동이라는 것 외에는 연고가 없고, 2개월 정도에 불과한 선거 준비로 이번 총선에서는 고전했으나 앞으로 지역구 관리에 집중한다면 장인의 후광과 중앙당의 지원을 발판삼아 지역에 빠르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곽 변호사가 지역 정치권의 신흥 강호로 자리 잡는다면 지난 반세기 동안 이 지역 맹주를 자처하던 '이용희-이재한 부자'와의 당내 주도권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선의 이용희 민주당 상임고문은 구순을 바라보는 고령이지만, 여전히 지역 영향력을 무시 못 한다.

1973년 9대 국회의원에 당선한 그는 11·14대를 제외하고 모두 14차례(보궐선거 포함) 국회의원에 도전한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8대 국회의원직을 내놓은 2012년까지 40년 가깝게 막강한 선거조직을 일궈 정치권에서는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2010년 지방선거 때는 '절대 열세'라는 예상을 뒤엎고 군수 3명과 지방의원 19명을 무더기 당선 시켜 '이용희 당'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을 정도다.

낙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충북서 재기 노린다
이 상임고문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는 그의 아들 이재한 씨가 선거조직을 이어받아 19·20대 총선에 출마했으나 미래통합당 박덕흠 의원에 모두 밀려 낙선했다.

아들 이씨는 2017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5년간 피선거권을 잃었지만, 향후 2년 뒤 피선거권을 회복해 재기를 노린다면 곽 변호사와의 당내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지방의원 등은 2년 뒤에 있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 이 둘 사이에서 눈치싸움을 하고 있다.

곽 변호사와 이씨 중 주도권을 잡는 사람이 지방선거 때 공천권도 쥐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 군의원은 "이용희 부자가 오랜 기간 지역구를 관리해 왔으나 이번 총선에서 당내 핵심인사들이 줄이어 곽 변호사가 지원사격에 나선 것을 보면 그의 당내 입지가 상당해 보여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지역 정치인으로서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