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삐삐 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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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료하는 법·운명의 그림
▲ 삐삐 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 이주현 지음.
20대에 조증으로 두 차례 입원한 이래 극심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했던 저자의 조울병 극복기다.
저자는 조울병을 사막에 비유한다.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 지글거리는 사막의 태양과 밤이면 영하로 내려가는 극단적 추위가 교차하는 사막의 극한 환경은 생명을 품을 만한 곳이 못 되고 정신 질환으로 세상과 소통할 방도를 잃어버린 이들이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절 우울증을 겪기도 했으나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던 그는 신문사 신출내기 기자였던 1997년 조증이 초래한 심신의 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입원한다.
모든 면에서 활력과 자신감, 의욕이 넘쳐 잠도 오지 않고 시간이 더디게 흘러간다고 느낄 정도였지만 이때 몸과 마음은 망가지고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는 엉망이 돼 가고 있었다.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서의 힘든 나날을 견디고 퇴원한 뒤 울증이 찾아왔으나 이때는 자신이 조울병이라는 것과 그것이 어떤 병인지에 관한 인식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었고 그 뒤에도 고비는 있었지만 2003년에는 의사로부터 '졸업장'을 받게 된다.
물론 조울병은 어느 순간에 '졸업'할 수 있는 병은 아니다.
2006년에 조증이 재발했으나 다행히도 환자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적당히 거리를 둘 줄도 아는 주치의를 만나게 돼 병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고 가족 및 직장 동료들의 지지와 격려, 몸과 마음에 도움이 되는 취미 활동 등에 힘입어 지금은 정상적인 생활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이 극심했을 때 하루하루를 반추하고 정리하며 글 쓰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하는 저자는 조울병을 비롯해 다른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과 세상을 연결하는 징검다리를 놓고 싶어서 그때의 기록을 정리해 책으로 출간할 것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조증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술을 마시지 말아라, 사람과의 접촉면을 줄여라. 잘 안 되겠지만 혼자서 빈둥대라"라고, 울증 환자들에게는 "아깝더라도 업무량을 줄여라. 산책하라. 스스로 먹을 음식을 천천히 준비하라"라고 조언하겠다고 한다.
두쪽 모두에게 공통으로 할 말은 "괴로우면 의사를 찾아가라"라는 것이다.
한겨레출판. 268쪽. 1만3천800원. ▲ 마음을 치료하는 법 = 로리 고틀립 지음, 장수정 옮김.
미국의 심리치료사이자 작가이며 언론인인 저자가 심리치료사의 세계와 상담실에서 만난 환자들, 그리고 자신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가 상담한 환자들은 '스트레스 누적'을 호소하면서 '멍청이들'을 잘 다룰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는 40세 남자,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직후 암 진단을 받은 33세 여교수, 이혼 후 우울증에 시달리는 69세 여성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다.
공통점은 이들 모두가 심리적 위기, 즉 '마음을 힘들게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동거하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방황하던 그는 또 다른 심리치료사에게 상담을 받으면서 겪은 환자로서의 경험도 털어놓는다.
이런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 심리치료이지만, 이는 겉으로는 치료처럼 보이지도 않고 그다지 과학적인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저 마주 앉아 한가하게 대화를 나누는 게 전부인 것 같다.
그러나 심리 치료는 엄연한 의료 행위로서 그 역사가 유구하다.
이 책에는 심리 치료의 이론적 토대나 기법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
다만 우리와 너무도 비슷한 사람들이 삶의 한가운데에서 어떻게 곤경에 빠지는지, 그것을 심리치료를 통해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그는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고통 속에서 사람들은 번민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지만 감정이란 날씨와 비슷하다.
그것은 바람에 실려 왔다가 실려 나간다.
지금 당장은 슬픔을 느끼지만, 그것이 10분이나 몇 시간 후에 또는 다음 주에도 같은 기분일 거란 뜻은 아니다"라고 말해 준다.
코쿤북스. 568면. 1만9천800원. ▲ 운명의 그림 = 나카노 쿄고 지음, 최재혁 옮김.
거장들의 명화 속에서 운명의 다양한 본질, 그리고 인간이 운명과 어떻게 싸워왔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읽어낸다.
저자는 그림에 얽힌 역사적·문화적 배경과 화가의 개인사를 엮어 흥미롭게 풀어낸 책을 많이 썼고 이 가운데 '무서운 그림' 시리즈는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돼 예술 교양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검투사의 운명을 결정 짓는 결투 마지막 장면, 러시아 원정을 결심하던 새벽의 나폴레옹, 통일 국가의 탄생을 위해 프랑스와 한판 대결을 펼친 프로이센의 빌헬름 1세와 비스마르크, 서구 사회의 명운을 걸고 전쟁을 치른 알렉산더 대왕 등 17점의 그림이 등장한다.
그림 구석구석을 해부하듯 들여다보고 역사적 배경과 등장인물의 특징에서 화가의 화풍과 제작 의도까지 상세히 설명한다.
상처 입은 왼쪽 눈에서 피를 흘리는 자화상을 그린 지 7년 만에 실제로 술집에서 시비 끝에 상대방이 던진 유리잔 조각에 찔려 왼쪽 눈을 적출할 수밖에 없었던 루마니아 출신 초현실주의 화가 빅토르 브라우네르의 이야기에서는 운명의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가 '샤르팡티에 부인과 아이들'이라는 그림을 시작으로 출세의 길을 걷게 되지만 이 그림을 의뢰한 샤르팡티에 가문은 쇠락하고 그림에 어린아이로 나왔던 샤르팡티에 부인의 아들은 군 복무 중 티푸스에 걸려 어이없게 세상을 떠났다는 일화는 운명의 아이러니를 일깨운다.
세미콜론. 232쪽. 1만5천원. /연합뉴스
▲ 삐삐 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 = 이주현 지음.
20대에 조증으로 두 차례 입원한 이래 극심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했던 저자의 조울병 극복기다.
저자는 조울병을 사막에 비유한다.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 지글거리는 사막의 태양과 밤이면 영하로 내려가는 극단적 추위가 교차하는 사막의 극한 환경은 생명을 품을 만한 곳이 못 되고 정신 질환으로 세상과 소통할 방도를 잃어버린 이들이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절 우울증을 겪기도 했으나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던 그는 신문사 신출내기 기자였던 1997년 조증이 초래한 심신의 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입원한다.
모든 면에서 활력과 자신감, 의욕이 넘쳐 잠도 오지 않고 시간이 더디게 흘러간다고 느낄 정도였지만 이때 몸과 마음은 망가지고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는 엉망이 돼 가고 있었다.
정신병원 폐쇄 병동에서의 힘든 나날을 견디고 퇴원한 뒤 울증이 찾아왔으나 이때는 자신이 조울병이라는 것과 그것이 어떤 병인지에 관한 인식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었고 그 뒤에도 고비는 있었지만 2003년에는 의사로부터 '졸업장'을 받게 된다.
물론 조울병은 어느 순간에 '졸업'할 수 있는 병은 아니다.
2006년에 조증이 재발했으나 다행히도 환자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적당히 거리를 둘 줄도 아는 주치의를 만나게 돼 병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고 가족 및 직장 동료들의 지지와 격려, 몸과 마음에 도움이 되는 취미 활동 등에 힘입어 지금은 정상적인 생활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이 극심했을 때 하루하루를 반추하고 정리하며 글 쓰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하는 저자는 조울병을 비롯해 다른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과 세상을 연결하는 징검다리를 놓고 싶어서 그때의 기록을 정리해 책으로 출간할 것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조증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술을 마시지 말아라, 사람과의 접촉면을 줄여라. 잘 안 되겠지만 혼자서 빈둥대라"라고, 울증 환자들에게는 "아깝더라도 업무량을 줄여라. 산책하라. 스스로 먹을 음식을 천천히 준비하라"라고 조언하겠다고 한다.
두쪽 모두에게 공통으로 할 말은 "괴로우면 의사를 찾아가라"라는 것이다.
한겨레출판. 268쪽. 1만3천800원. ▲ 마음을 치료하는 법 = 로리 고틀립 지음, 장수정 옮김.
미국의 심리치료사이자 작가이며 언론인인 저자가 심리치료사의 세계와 상담실에서 만난 환자들, 그리고 자신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가 상담한 환자들은 '스트레스 누적'을 호소하면서 '멍청이들'을 잘 다룰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는 40세 남자,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직후 암 진단을 받은 33세 여교수, 이혼 후 우울증에 시달리는 69세 여성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다.
공통점은 이들 모두가 심리적 위기, 즉 '마음을 힘들게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동거하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방황하던 그는 또 다른 심리치료사에게 상담을 받으면서 겪은 환자로서의 경험도 털어놓는다.
이런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 심리치료이지만, 이는 겉으로는 치료처럼 보이지도 않고 그다지 과학적인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저 마주 앉아 한가하게 대화를 나누는 게 전부인 것 같다.
그러나 심리 치료는 엄연한 의료 행위로서 그 역사가 유구하다.
이 책에는 심리 치료의 이론적 토대나 기법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
다만 우리와 너무도 비슷한 사람들이 삶의 한가운데에서 어떻게 곤경에 빠지는지, 그것을 심리치료를 통해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그는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고통 속에서 사람들은 번민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지만 감정이란 날씨와 비슷하다.
그것은 바람에 실려 왔다가 실려 나간다.
지금 당장은 슬픔을 느끼지만, 그것이 10분이나 몇 시간 후에 또는 다음 주에도 같은 기분일 거란 뜻은 아니다"라고 말해 준다.
코쿤북스. 568면. 1만9천800원. ▲ 운명의 그림 = 나카노 쿄고 지음, 최재혁 옮김.
거장들의 명화 속에서 운명의 다양한 본질, 그리고 인간이 운명과 어떻게 싸워왔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읽어낸다.
저자는 그림에 얽힌 역사적·문화적 배경과 화가의 개인사를 엮어 흥미롭게 풀어낸 책을 많이 썼고 이 가운데 '무서운 그림' 시리즈는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돼 예술 교양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검투사의 운명을 결정 짓는 결투 마지막 장면, 러시아 원정을 결심하던 새벽의 나폴레옹, 통일 국가의 탄생을 위해 프랑스와 한판 대결을 펼친 프로이센의 빌헬름 1세와 비스마르크, 서구 사회의 명운을 걸고 전쟁을 치른 알렉산더 대왕 등 17점의 그림이 등장한다.
그림 구석구석을 해부하듯 들여다보고 역사적 배경과 등장인물의 특징에서 화가의 화풍과 제작 의도까지 상세히 설명한다.
상처 입은 왼쪽 눈에서 피를 흘리는 자화상을 그린 지 7년 만에 실제로 술집에서 시비 끝에 상대방이 던진 유리잔 조각에 찔려 왼쪽 눈을 적출할 수밖에 없었던 루마니아 출신 초현실주의 화가 빅토르 브라우네르의 이야기에서는 운명의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인상파 화가 르누아르가 '샤르팡티에 부인과 아이들'이라는 그림을 시작으로 출세의 길을 걷게 되지만 이 그림을 의뢰한 샤르팡티에 가문은 쇠락하고 그림에 어린아이로 나왔던 샤르팡티에 부인의 아들은 군 복무 중 티푸스에 걸려 어이없게 세상을 떠났다는 일화는 운명의 아이러니를 일깨운다.
세미콜론. 232쪽. 1만5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