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여객기가 멈춰 서있다.사진=연합뉴스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여객기가 멈춰 서있다.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사위기에 처한 항공사들의 실적 전망치가 추가 조정 국면에 돌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어닝 쇼크’(실적 충격) 우려가 주가에 선반영됐지만 다음달 주요 항공사 실적 발표를 앞두고 눈높이를 한층 낮출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코로나19로 하늘길이 위축되면서 저비용항공사(LCC) 뿐 아니라 국적항공사 1위 대한항공도 대규모 영업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다음달 발표되는 항공사의 1분기 실적이 현재 형성된 추정치보다 악화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월에는 코로나19의 중국 등 아시아권 확산으로 단거리 노선 수요가 급감했다면 3월에는 세계적 대유행(팬더믹) 국면과 함께 대형항공사(FSC)들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에 항공사 국제선은 사실상 '셧다운'(일시 영업중단) 상태로 접어든 상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대한항공의 1분기 영업적자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679억원이다. 그러나 이달 들어 제시된 증권사 전망치는 6곳(대신·한국투자·한화투자·KTB투자·NH투자·SK 증권) 중 1곳(KTB투자증권)만 빼고 모두가 2000억원대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1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2조54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05% 감소한 규모다.

가장 큰 규모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한 곳은 대신증권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1분기 영업손실은 약 2480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밑돌 것"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여객기 운항 중단에 따라 항공화물 운임이 급등하고 있지만, 여객부문의 손실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LCC업계 1위 제주항공도 적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영업적자 컨센서스는 589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컨센서스는 2377억원으로 39.50% 급감한 수준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의 1분기 영업손실이 835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항공기 기재 가동저하에 따른 영업손실과 국제여객 단가 전망치 하향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스타항공 인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현금 유입의 축소와 더불어 제주항공의 외부차입 수요를 크게 끌어올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2분기에도 수요 회복이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항공사 9곳은 운항 노선이 약 90% 축소돼 유동성 위기에 처했고, 유·무급휴직 등을 실시하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했다. 첫 구조조정 사례도 나왔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직원 300여 명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위기에 처한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정부에 요청하고 나선 상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여객 수요 감소, 운항 차질이 발생해 올해 국내 항공 여객은 전년보다 39% 감소할 전망"이라며 "2분기 운항 차질이 심화됨에 따라 실적 하락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