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색 옷 입고 민주당 텃밭서 사투…가족과 함께 순천 정착
"지역주의 벽 안타까워, 평범한 다수 대변하고 싶다"

"서러움으로 시작해 희망으로 끝났습니다"
미래통합당 후보로 전남 순천에 출마한 대구 출신 변호사 천하람(34) 후보는 16일 민주당 텃밭 한복판에서 선거를 치른 소감을 묻는 말에 담담하게 답했다.

순천서 낙선한 '대구 변호사' 천하람 "서러움에서 희망으로"
천 후보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4천58표(3.02%)를 얻어 8명의 후보 가운데 4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가족과 함께 순천에 터를 잡은 천 후보는 "대구가 낳고 순천이 기른 존경받는 보수 정치인이 되고 싶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천 후보는 검찰 간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후보와 순천시장을 지낸 무소속 노관규 후보, 재선 의원인 민중당 김선동 후보에 맞서 힘겨운 경쟁을 벌였다.

통합당을 상징하는 핑크색 점퍼를 입고 거리에 나섰지만, 시민의 외면과 맞서야 했다.

그는 "처음에 순천 시민들은 저에 대해 알 생각도 없으셨고, 핑크색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험한 말씀을 하신 분도 계셨다"며 "서럽기도 했고 선거 중반에는 그만두고 서울로 갈까 생각도 했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순천의 대표 재래시장인 아랫장과 웃장을 돌며 특유의 친화력으로 시민을 만난 천 후보에게 시민들은 하나둘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선거 운동이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주변에서는 "이번에는 못 찍어주니 민주당에 입당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천 후보는 "내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배척당하는 것이 얼마나 서러운 일인지 선거를 하면서 깨달았다"며 "지역사회에서 목소리가 작은 평범한 다수를 대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순천을 책으로는 열심히 공부했지만, 순천에 대한 사랑은 갑자기 생기는 것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시장을 돌고 농민 여러분을 만나면서 선거 중반 이후에야 순천의 모습이 다가왔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주의 벽이 더 공고해진 데 대해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천 후보는 "진영의 위기감이 강하게 발동하면서 표면적으로 지역주의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거대 양당의 사이에서 제3 정당의 존재도 없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앞으로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험지에 출마했다는 이유만으로 최고위원에 도전할 생각은 없다"며 "다음 선거에서 순천에서 당선이 된다면 의미 있는 행보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구 출신인 천 후보는 고려대 법학전문대원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30~40대 정치모임인 '젊은 보수' 대표를 맡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