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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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대부분 기업이 올해를 새로운 혁신의 ‘원년’으로 삼고 디지털 전환을 이루겠다는 신년사를 발표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원대한 계획은 가로막혔다. 혁신을 꾀하던 기업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신음하고 있다.

항공과 여행업계에서는 “살아남으면 다행”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3월 미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2로 집계돼 12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2.3%에서 -2.2%로 낮췄다.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역성장할 것이라는 극단적 예상도 내놨다. 경기 선행지표인 국제 유가는 3월 말 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 배럴당 20달러로 2000년 이후 최저치였다.

코로나19 사태처럼 외부 환경에서 오는 리스크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위기는 어떤 방식으로든 찾아온다. 기업은 갑자기 찾아온 위기에서도 위험을 가능한 한 줄이고,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조직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어떤 기업은 위기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조직 유연성을 갖춘 반면 관료적인 조직 체계에 갇혀 있는 기업도 있다. 전자를 떠올리면 창의적이고 수평적인 이미지가 그려지고, 후자는 수직성 경직성이 떠오른다. 이런 무의식에서 그려지는 인상을 그 기업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스위스 심리학자 칼 융이 처음 제시한 개념인 원형은 ‘오랜 경험이 쌓여서 형성된 집단 무의식’을 의미한다.

기업의 원형은 개인이 입사하면서 조직에 소속돼 일을 배우고,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면서 쌓인 무의식의 집합이다. 각 기업의 경영자들은 현재 운영체계의 원형이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구조인지 자문해야 한다. 부서 간 칸막이가 높은 기업에서 각 부서는 불협화음을 낸다. 마케팅 부서는 제한된 데이터와 통찰력으로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 부서는 기술 전문성 위주로 개발하며, 영업 부서는 알아서 고객을 찾거나 불충분한 지식으로 고객 불만을 가중하는 식이다.

많은 기업이 다기능(크로스펑셔널) 조직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다.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큰 이슈가 발생했을 때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한다. 그러나 단발성 조치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간이 지나면 TF 팀원들은 하루바삐 본 조직으로 돌아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일하게 된다.

"위기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 경영 '새 원형'을 정립하라"
‘기업이 성공하려면 스타트업처럼 일하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경영환경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애자일(agile·민첩한) 경영이 내재화됐다. 나이키나 델 같은 일부 대기업은 크로스펑셔널팀, 가상조직 등 운영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유연하게 일하는 방식이 원형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단발성 프로젝트팀만 운영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임직원 모두에게 변화를 지속적으로 훈련시켜 원형으로 자리잡게 할 것을 권한다.

이유평 < 커니 파트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