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억 신속대출…貿保 '수출 불씨' 살린다
무역보험공사가 수출기업에 대한 심사를 최대한 줄여 기업들이 수출실적을 근거로 최대 2억원을 신속하게 빌릴 수 있게 됐다. 단기 수출보험료와 수출신용보증료는 50% 감면된다.

무역보험공사는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기업 지원 방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전날 발표된 정부 ‘수출 활력 제고 방안’의 후속 대책이다.

이인호 무보 사장(사진)은 “코로나19에 따른 세계 공급망 교란과 수요 둔화로 수출기업들이 전례 없는 위기에 빠졌다”며 “이런 기업들을 빈틈없이 신속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무보의 이번 방안은 수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무보의 보증을 받아 금융권에서 자금 대출을 받기까지 2주 정도 걸리던 것을 심사 간소화로 최대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빌릴 수 있는 금액은 최대 2억원이다.

수출 채권을 조기에 현금화해야 하는 중소·중견기업은 관련 보증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무보는 7000억원으로 지원 규모를 늘렸다. 업황 악화 등으로 기업 신용도가 떨어지더라도 앞으로 1년간 수출신용보증 금액은 깎지 않고 연장된다. 무보는 또 해외에 진출한 대기업 협력사에 증자 참여 등을 통해 부족한 운전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공격적인 수출에 나설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도 내놨다. 해외 거래처의 신용도에 연동되는 단기 수출보험 한도를 당분간 낮추지 않기로 했다. 거래처의 신용도가 떨어져 수출 계약에 대한 보험 적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소극적인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19 사태 수습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터넷망 증설 등 각국 인프라 투자 참여 시 별도의 지원을 하기로 했다. 해외 인프라 사업 참여 기업에 대한 장기간 대출이 부담스러운 은행들에 무보가 특별 신용보증을 해주는 것이다. 기업 규모에 따라 최대 35%인 단기 수출보험료와 30%인 수출신용보증료 할인폭을 중소·중견기업에 관계 없이 모두 50%까지 늘리기로 했다.

신용등급이 낮지만 기술력이 있는 수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특례인수위원회’도 활성화한다. 재무건전성보다는 성장 잠재력을 기준으로 수출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온라인으로 서류 제출 없이 하루 만에 무역보험·보증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3종류의 서류를 제출하고 5일 정도의 기간이 필요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