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저호가 1970~1980년대에 근접비행하며 측정한 온도는 섭씨 영하 100도 아래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정반대로 125~325도(400~600K)에 달했다.
태양에 비교적 가까이 있는 지구는 그렇다 쳐도 태양 빛이 많이 미치지 못하는 외곽 행성에서는 이런 높은 온도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행성학자들에게 수수께끼가 돼온 이 문제가 지난 2017년 9월 토성 속으로 몸을 던진 토성 탐사선 '카시니'(Cassini)호의 마지막 자료를 통해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애리조나대학과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뉴스(ScienceNews) 등에 따르면 이 대학 달·행성연구소의 대학원생 자라 브라운이 이끄는 연구팀은 카시니호 관측 자료를 토대로 토성의 남·북극 오로라에서 상층 대기 고온의 원인을 찾은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 최신호에 발표했다.
오로라는 태양이 쏟아내는 태양풍의 하전입자가 행성 자기권과 상호작용하며 극지에 만들어내는 빛으로 극광(極光)이라고도 한다.
이 오로라의 빛 자체는 열을 많이 발산하지는 않지만 이에 수반되는 전류가 토스터의 열선처럼 상층부 대기를 가열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카시니호가 '장엄한 종말'(Grand Finale)로 명명된 마지막 초근접 궤도 비행에서 측정한 대기 온도 자료를 통해 극지방의 오로라 주변에서 상층 대기의 온도가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는 2004년부터 13년간 토성 주변을 돌며 관측 임무를 수행하다가 연료가 떨어지기 전 6주간에 걸쳐 초근접 궤도를 22바퀴 도는 '장엄한 종말' 미션에 나섰으며, 이를 마친 뒤 토성 대기권에 뛰어들어 불에 타며 최후를 맞았다.
카시니호는 장엄한 종말 비행 때 행성 뒤편에서 오리온과 큰개자리 주요 별에 초점을 맞추고 별빛이 토성 대기를 통과하는 것을 분석해 대기 밀도를 측정했다.
이 대기 밀도는 고도가 낮아질수록 줄어들고 밀도 감소 속도는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를 통해 대기 온도를 확보했다.
연구팀은 대기 밀도와 온도를 바람 속도까지 확보했다.
이 바람이 극지방에서 가열된 상층 대기를 적도 부근으로 끌고가 토성의 상층대기 온도를 태양 빛으로 가열됐을 때의 두 배로 올려놓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목성이나 천왕성, 해왕성 등 다른 가스형 행성에서도 오로라 주변에서 대기 온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되면 태양계 가스형 외곽 행성의 높은 상층 대기 온도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고, 외계행성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카시니 프로젝트팀 과학자 토미 코스키넨은 "이번 연구결과는 우주와 맞닿아있는 대기 상층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에 필수적인 것으로 카시니호가 남긴 유산 중 중요한 일부"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