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보육원 봉사활동...범행 대상 물색이었나
미성년 성 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씨의 그동안 행적이 드러나면서 과거 장기간 자원봉사를 한 이유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보육원 등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범행으로 인한 죄책감을 덜기 위한 행동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25일 인천 모 비정부기구(NGO) 봉사단체와 인천시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조씨가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한 시점은 2017년 10월이다.

조씨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다"며 군대 동기와 함께 이 봉사단체를 찾았다.

당시 인천 한 전문대를 다니던 조씨가 군에서 전역한 뒤 복학한 직후였다.

이후 그는 지난 달까지 2년 5개월 동안 인천 지역 보육원 2곳을 비롯해 재활원, 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인주간보호센터 등 5곳에서 모두 55차례(231시간)나 봉사활동을 했다.

이 가운데 어린아이들이 있는 보육원 2곳에서만 10차례 40시간을 보냈다.

인천시 관계자는 "2018년과 지난해 조씨가 봉사활동을 한 보육원 2곳에서 지내다 퇴소한 아동 8명을 대상으로 피해 여부를 확인했다"며 "조씨가 보육원을 4∼5개월에 한 번씩 가끔 들렀기 때문에 다행히도 아이들이 조씨를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씨가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을 운영한 기간은 2018년 12월부터 올해까지다.

2019년에도 보육원을 찾은 것으로 확인된 조씨는 박사방을 운영하면서도 두 얼굴로 봉사활동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러한 행적이 알려지가 일각에서는 조씨가 보육원 등지에서 자원봉사를 핑계로 범행 대상을 찾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조씨가 보육원에도 봉사활동을 갔다는데 범행대상을 물색하러 간 것 같다`라거나 `안 잡혔으면 친밀함을 미끼로 (보육원의) 불쌍한 아이들한테 범행했을 수도 있어 무섭다`는 글이 잇따랐다.

현재까지 조씨의 과거 봉사활동 경력과 성 착취 등 범행을 연결할 고리가 나온 것은 없다.

일부에서는 학창 시절이나 군 복무 때 "조씨가 외모와 학벌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다"는 지인 이야기를 근거로 자원봉사를 통해 열등감을 벗기 위한 방편 내지 취업을 위한 이른바 `스펙`(경력) 쌓기였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조씨의 봉사활동이 자신의 악랄한 범행으로 인한 죄책감을 덜고 합리화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사람들 입장에서는 잘 이해가 안 되겠지만 조씨처럼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는 범죄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적인 모습"이라며 "가면을 써서 악랄한 자신의 모습을 감추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악행을 하면서도 죄책감이나 비난 가능성을 희석하기 위해 봉사활동을 한 것"이라며 "스스로 합리화하는 과정을 통해 계속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이날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돼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됐다.

조씨는 2018년 12월부터 이달까지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로 성 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하고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사방 피해자는 경찰이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만 74명이며 이 중에는 미성년자 16명도 포함됐다.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되는 조주빈씨 (사진=연합뉴스)

디지털전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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