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독재자 축출후 정국 불안 여전…함독 "변화의 길 멈추지 않을 것"
아프리카 수단 함독 총리, 차량 폭탄 암살 위기 모면(종합)
아프리카 동북부의 수단 총리가 9일(현지시간) 수도 하르툼에서 차량 폭탄을 이용한 암살 위기를 모면했다고 AP,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현지 국영방송에 따르면 압달라 함독 수단 총리 가족은 그의 차량 행렬을 겨냥한 폭발이 있었으나 총리는 무사하다고 말했다.

총리실의 알리 바키트 국장은 "폭탄이 지나가는 총리 차량을 겨냥해 터졌으나 신에게 감사하게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범아랍권 매체인 알-아라비야TV도 폭탄을 실은 차가 출근길 총리 행렬을 노렸으나 함독 총리가 다치지 않고 안전한 곳으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함독 총리는 자신에 대한 이번 암살 기도가 수단의 변화를 향한 여정을 멈추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번 사태가 변화로의 길을 중단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혁명의 강한 파도를 더 힘있게 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 올려진 해당 장면을 보면, 수단 고위 관리들이 사용하는 두 대의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유리창이 깨진 채 거리에 주차돼 있고 다른 한대는 심하게 파손됐다.

아직 공격의 배후를 자처한 곳은 나타나지 않았다.

함독은 지난해 8월 민주화 시위로 인해 군부가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를 축출한 이후 총리에 임명됐다.

당시 수단 군부와 야권은 문민정부 수립을 목표로 한 권력이양 협정에 서명, 3년 내로 총선을 치르기로 하고 군부와 민간이 결합한 과도정부를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군부와 야권의 공동통치기구인 주권위원회가 11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군부 장성들이 사실상 이 나라를 통치하고 있으며, 권력을 문민정부에 이양하려는 의지를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수단 의회당은 이번 공격을 "혁명을 암살하려는 기도"라고 비난했다.

저명한 경제학자 출신인 함독 총리가 이끄는 과도정부는 피폐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군경 구조조정 등을 통해 막대한 군비 지출 삭감을 추진하고 있으나, 조직적인 저항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1월 중순에는 퇴직금에 불만을 품은 정보사 요원들이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가 진압되기도 했다.

함독 총리는 취임 직후인 지난 8월 전체 국가 예산의 70∼80%에 달하는 국방 예산을 20% 이하로 줄이고, 나머지를 경제 발전에 할당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한 바 있다.

수단은 1993년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오른 뒤 외국인 투자 유치, 금융거래 등에서 제약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외화 부족, 물가 급등 등으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함독 총리는 2000년대 수단에서 벌어진 다르푸르 인종학살 및 전쟁범죄 관련자들을 기소하는 데 과도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와 협력할 것이라고 확인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