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달이라 잘 안 녹아…수색도 여전히 중단
네팔 안나푸르나에서 한국인 4명이 눈사태로 실종된 지 40여일이 지났지만 사고 현장의 눈은 아직도 본격적으로 녹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곧 봄철인 3월로 접어들지만, 고산지대인 사고 현장에는 여전히 기후 여건이 좋지 않아 본격적인 수색 작업도 이뤄지지 못하는 상태다.

KT 네팔 정보통신기술(ICT) 구조대가 최근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을 살펴보면 사고 현장은 여전히 두꺼운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충남교육청 소속 교사 4명은 지난달 17일 안나푸르나 데우랄리 산장에서 하산하던 도중 네팔인 가이드 3명(다른 그룹 소속 1명 포함)과 함께 눈사태에 휩쓸려 실종됐다.

KT 구조대를 이끌고 현장 수색에 나섰다가 지난달 28일 귀국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실종자는 평균 10m 깊이의 얼음과 눈 아래에 묻혀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면서 데우랄리 산장 부근의 눈은 녹고 있지만 사고 현장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눈이 잘 녹지 않는 것은 현장 옆의 높은 산이 햇볕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실종자들은 산과 계곡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좁은 길에서 사고를 당했다.

눈사태로 발생한 엄청난 양의 눈과 얼음 무더기는 길가 계곡 아래까지 밀고 내려갔다.

특히 햇볕이 거의 들지 않는 계곡 쪽으로 눈이 많이 쌓인 상태다.

최근에는 다시 폭설이 내리면서 그나마 조금 녹았던 자리 위에 다시 눈이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에는 날이 갰다가 오후 두세시쯤에는 구름이 끼면서 눈이 내리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KT 구조대의 사진에도 구름이 자욱하게 내린 현장 모습이 담겼다.

현지 기온도 종일 영하권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본격적인 수색작업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7∼9일 네팔산악가이드협회 주도로 민간구조전문가 25명이 현장 수색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철수했다.

대신 KT 구조대 소속 네팔 직원이 지난 23일 등 3차례 드론 수색에 나섰다.

네팔 정부와 산악전문가들은 최소 1∼2개월이 지난 뒤 눈이 녹는 상태를 봐가면서 수색 재개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구조 관계자는 "사고 현장의 눈은 아주 조금씩 녹고 있다"며 "현지 주민들은 기온이 올라가고 비가 오는 5월은 돼야 눈사태 이전 지형이 제대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