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경제 전반에 주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대비책으로 기준금리 인하 대신 '금융중개지원대출'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한은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 중소기업 대출을 위해 저금리(연 0.5~0.75%)로 자금을 지원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한은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기존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5조원 늘린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다.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로 동결했다.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내린 후 4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 대신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택했다. 당장 부정 영향이 실물 지표로 확인되지 않은 만큼 경기 지원을 위한 우회 수단을 선택한 것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가 잦아드는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지원 대상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으로 만기 1년 내 운전자금을 제공한다. 도소매, 음식·숙박, 여행, 여가, 운수업과 중국으로부터 원자재와 부품을 조달하거나 대중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제조업체 등이 해당된다.

5조원 가운데 4조원은 지방 소재 중소기업에 지원한다. 피해가 큰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 소재 중소기업에 4조원을 배정해 지역경제 회복에 앞장선다. 한국은행은 이번 조치로 최대 10조원의 자금이 코로나 피해 중소기업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자금 지원은 3월 9일부터 9월 말까지 진행된다. 한국은행이 연 0.75%의 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면 시중은행은 대상 기업의 신용등급 등을 감안한 가산금리를 더해 최종 대출금리를 정한다.

한은은 추가로 기존 금융중개지원대출의 여유 한도를 활용해 창업기업 및 일자리창출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를 1조원 늘린다. 성장동력 및 고용확충에 기여할 수 있는 창업기업 및 일자리창출기업의 만기 1년 이내 운전자금이다.

최재효 한국은행 금융기획팀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서비스업과 중국 관련 중소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조치로 자금난을 완화하고 이자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