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안전관리 소홀 책임 물어 금고형·벌금형 등 선고
'크레인 참사' 삼성중공업 전 조선소장 등 4명 무죄→유죄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친 2017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 사고 당시 조선소장 등 간부들에게 크레인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2심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창원지법 형사3부(구민경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씨 등 당시 삼성중공업 조선소장(부사장) 등 안전보건 관리직 간부 4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금고형 또는 벌금형을 21일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전보건 총괄책임자였던 김모(64) 전 삼성중공업 조선소장에게 금고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당시 안전보건 부서 부장이던 이모(55) 씨에게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 안전보건 부서 과장이던 류모(38) 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지브크레인을 운용하는 삼성중공업 협력업체 대표인 이모(69) 씨에게는 금고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레일을 따라 앞뒤로 움직이는 골리앗 크레인 근처에 선회하면서 작업하는 지브형 크레인이 설치되면서 크레인끼리 간섭, 충돌위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골리앗 크레인 조작은 삼성중공업 직원들이, 지브형 크레인 조작은 협력업체가 맡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런데도 삼성중공업과 협력업체가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사고 가능성을 높였다고 판단해 1심 무죄 판결을 뒤집었다.

삼성중공업 측은 기존 안전대책으로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재차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크레인 참사' 삼성중공업 전 조선소장 등 4명 무죄→유죄
노동절이던 2017년 5월 1일 오후 2시 50분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야드 내 7안벽에서 800t급 골리앗 크레인이 이동하면서 근처에서 작업하던 지브형 크레인과 충돌했다.

크레인이 바로 아래에 있던 흡연실과 화장실을 덮쳐 직원 6명이 이 사고로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수사당국과 노동청은 크레인 신호수와 운전수끼리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고 현장 근로자들이 상대방 작업내용을 서로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 냈다.

검찰은 당시 삼성중공업 직원과 협력업체 대표·직원 등 15명을 업무상 과실 치사상 등 혐의로, 삼성중공업 법인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 법원은 골리앗 크레인 신호수였던 이모(48) 씨 등 사고 크레인 2대를 직접 조작했던 삼성중공업과 협력업체 소속 운전수·주 신호수·보조 신호수, 현장 반장 등 11명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했다.

반면, 삼성중공업의 안전 규정이 다른 조선소보다 떨어지지 않아 전 조선소장 김 씨 등 안전보건 관리직 간부 4명에게는 과실치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이날 2심 법원이 당시 무죄가 난 4명 모두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된 이 사건 피고인 15명 전원에게 유죄가 인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이 선고된 지브형 크레인 운전수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300만원씩이 선고된 삼성중공업 법인에 대한 검사의 양형 부당 항소는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크레인 참사' 삼성중공업 전 조선소장 등 4명 무죄→유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