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 예비심리서 주장…"로러바커 전 의원, 트럼프 지시라며 거래 제안"
백악관 "날조·거짓말…트럼프, 로러바커 잘 알지도 못해"
어산지 측 "트럼프, '러시아 대선개입' 부인 대가로 사면 제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에게 미국대선 개입 해킹의 배후가 러시아라는 의혹을 부인하면 사면해주겠다는 '거래'를 제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어산지의 법정변호사 에드워드 피츠제럴드는 19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법원에서 열린 송환 예비심리에서 이러한 주장을 펼쳤다고 일간 가디언과 BBC 방송 등 영국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날 심리는 다음 주 어산지의 미국 송환 재판 시작을 앞두고 열렸다.

피츠제럴드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산지에게 2017년 8월 당시 공화당 소속 데이나 로러바커 하원의원을 보내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자료 출처가 러시아가 아니라고 증언하면 송환을 면하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이날 법원에서 주장했다.

당시 어산지는 미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고 런던 주재 에콰도르대사관에서 도피 생활을 하고 있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위키리크스는 DNC 서버에서 해킹된 이메일 등을 유포했고, 이 자료는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가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공격하는 유용한 소재로 쓰였다.

이후 미국 수사당국은 러시아 연계 해커가 DNC 서버를 해킹했고, 훔쳐낸 자료가 위키리크스로 전달됐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러시아가 클린턴 후보를 떨어뜨리고 트럼프를 당선시키려는 의도로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미국 정보당국도 클린턴 후보의 외교정책에 부정적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어산지 측 "트럼프, '러시아 대선개입' 부인 대가로 사면 제의"
피츠제럴드 변호사는 이날 법정에서 "(어산지 변호인 제니퍼 로빈슨의 진술에 따르면) 로러바커가 어산지를 만났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어산지에게 사면이나 다른 출구를 제안했다"며 "그 조건은 어산지가 (중략) DNC 자료 유출과 러시아가 무관하다고 말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어산지 측은 이러한 사면 제안이 있었다는 것을 증거로 채택해달라고 요구했고, 버네사 버레이처 판사는 이를 수용했다.

벨마시 교도소에 수감된 어산지는 이날 영상 연결로 심리에 참석했다.

법정 밖에서는 어산지를 미국으로 송환하지 말고 석방하라고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어산지 측 "트럼프, '러시아 대선개입' 부인 대가로 사면 제의"
앞서 2017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로러바커 의원이 러시아의 미국대선개입 의혹을 해소하려고 트럼프와 어산지 사이에 '사면 거래'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로러바커 전 의원은 대표적인 친(親)러시아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로러바커가 존 켈리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어산지 사면 문제로 전화를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익명의 트럼프 행정부 인사는 켈리 비서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로러바커 의원의 제안을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WSJ에 말했다.

WSJ의 보도 후 2년 반 만에 어산지 측에서도 로러바커 전 의원이 어산지에게 사면 거래를 제의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어산지 측 주장이 WSJ 보도와 다른 점은 로러바커 전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사면 거래를 제안했다고 말했다는 부분이다.

로러바커 전 의원이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어산지를 접촉했는지 아니면 백악관에 거래 제의를 하려고 어산지를 떠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산지의 변호사의 법정 증언이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사면을 조건으로 내걸어 러시아 대선개입 의혹의 핵심적인 부분을 부인해달라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것으로 작지 않은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어산지 측 "트럼프, '러시아 대선개입' 부인 대가로 사면 제의"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되는 만큼 어산지 법정변호사의 진술에 대해 백악관은 '날조'라며 반박했다.

스테퍼니 그리셤 대변인은 "완전한 날조이고 새빨간 거짓말"이라면서, "DNC에서 또다시 나온 끝없는 사기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민주당을 공격했다.

그리셤 대변인은 "대통령은 데이나 로러바커가 전 하원이라는 것 말고는 그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며 "대통령은 그와 어산지에 대해 말한 적이 없고 다른 주제에 관해서도 거의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4월 로러바커 의원을 백악관에 초대했으며, 그에 대해 '열심히 노력하고 모든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중략) 대단한 의원'이라고 칭찬했다고 영국 매체들이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