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장기 격리되나"…캄보디아 정박 크루즈선 승객들 불안

캄보디아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에서 내린 승객 가운데 1명이 말레이시아로 이동한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보건 당국이 이 크루즈선에서 내린 승객 등에 대한 추적조사에 착수했다.

이 크루즈선에는 41개국 출신 승객과 승무원 2천257명이 타고 있었고, 이미 1천274명이 코로나19와 무관하다는 판단에 따라 하선했다.

17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 가운데 200명가량이 말레이시아와 태국을 거쳐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나머지 수백명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있는 호텔 등지에 머물고 있다.

선사인 홀랜드 아메리카는 17일 관계 당국 및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크루즈선에서 내린 승객과 승무원, 접촉자들을 추적하고 있다면서 이미 자기 나라로 귀국한 승객 등은 해당 지역 보건당국이 접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크루즈선과 캄보디아에 남아 있는 승객 등을 대상으로 샘플 검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승객 등이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크루즈선에 남아 있는 승객과 승무원 980명가량은 일본 요코하마(橫浜)항 정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처럼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해 장기 격리되는 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지난 1일 기항지인 홍콩에서 출항한 웨스테르담호는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일본, 대만, 필리핀, 태국, 괌에서 잇따라 입항을 거부당하는 바람에 2주일가량 바다를 떠돌다 지난 13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항에 입항했다.

캄보디아 당국은 41개국 출신 승객과 승무원 2천257명 가운데 감기 등의 증상이 있는 20명에 대해서만 정밀 검사를 하고 나머지는 설문조사를 한 뒤 하루 만에 하선을 허가했다.

캄보디아 입항 크루즈선서 내린 승객들 동선·접촉자 추적(종합)
이에 따라 배에서 내린 1천300여 명 가운데 83세 미국인 여성이 경유지인 말레이시아로 이동한 직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크루즈선에 남아 있는 한 영국인 승객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배에 타고 있는 승객들이 매우 걱정하고 있다"면서 "집에 돌아갈 날이 가까웠었는데 다시 불확실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손자와 함께 크루즈선에 타고 있는 80대 미국인 승객은 "불확실하다는 것이 가장 안 좋은 일"이라며 "승객들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객 철수를 언급하며 자기 나라 정부가 캄보디아에서도 같은 일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미 배에서 내려 격리 조처 없이 자기 나라로 돌아갔거나 귀국길에 있는 승객 1천300여 명으로 인해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더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염병 전문가인 스탠리 데레신스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말레이시아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이미 자기 나라로 돌아간 다른 승객에게 바이러스를 노출했을 수도 있다"면서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증상이 없는 사람이 귀국한 뒤 바이러스 전파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데레신스키 교수는 "웨스테르담호에서 내린 승객들은 최소한 보건당국의 모니터링을 받으며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콩대 벤 카울링 교수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에 대해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 탑승했을 때 감염됐을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이는 승객 중에 최소한 1명은 더 감염됐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