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검찰, 일본에 비해 '무죄율'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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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법무, 수사-기소검사 분리 논거로 한일 무죄율 차이 거론
대체로 사실…2017·18년 각각 한국 3%대, 일본 0.2%대
日 '수사검사 견제제도' 도입이 주된 원인인지는 불확실 우리나라 검찰이 기소한 사건 중 무죄 판결을 받는 비율이 일본에 비해 상당히 높다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말은 과연 사실일까?
추 장관은 지난 11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기소 이후 무죄율이 상당히 높다"며 "일본은 이런 통제 장치(공판 담당 검사가 기소 전 단계에서 수사 검사의 수사 적법성 등을 검증하고 의견을 내는 총괄심사검찰관 제도)를 거친 이후에는 기소 단계에서도 민주적 통제를 통해 기소 이후 무죄율이 낮다"고 말했다.
검찰 안에서 수사를 하는 검사와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검사를 달리하는 이른바 '수사-기소 검사 분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일본 사례를 거론한 것이었다.
추 장관 말처럼 한국 검찰의 '무죄율'이 일본 검찰에 비해 높다는 점은 양국의 공식 통계가 말해준다.
2019 한국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8년 전국 지방법원에서 선고가 이뤄진 형사재판 1심의 피고인 총 수는 23만7천699명이다.
이 가운데 면소, 공소기각 등을 제외하고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 수가 20만6천808명, 무죄 판결은 받은 사람 수는 7천496명이다.
무죄를 받은 사람 수(7천496명)를 유·무죄 피고인 합계(21만4천302명)로 나누면 무죄율은 약 3.5%다.
반면 일본 법원(재판소) 홈페이지의 '사법통계'에 따르면 2018년 일본 지방재판소(1심 법원)의 피고인 6만8천163명 가운데 면소, 공소기각 등을 제외하고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 수가 4만8천507명,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 수가 105명이다.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무죄율은 0.216%가 나온다.
이와 같은 계산 방식을 2017년의 양국 판결 통계에 적용하면 한국의 무죄율은 3.75%, 일본의 무죄율은 0.22%다.
그렇다면 2010년대 들어 도입된 일본 검찰 내부의 수사검사 통제 장치가 이런 차이를 만든 주된 원인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보다는 양국 검찰의 문화 및 관행, 법원-검찰 관계 등의 차이가 주된 배경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본은 2009년 오사카 지검 수사검사의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자성 속에 수년의 검토를 거쳐 총괄심사검찰관제를 도입했다.
검찰 특수부가 맡는 중요 사건에서 공판 검사가 특수부 수사 검사의 수사 적법성 등을 감시하고 검증해 기소 결정 시 의견을 내도록 했다.
그러나 그런 제도를 고민하기 이전부터 일본의 무죄율은 한국에 비해 극히 낮았다.
일본 사법통계에 따르면 2008년 일본 1심 법원에서 처리한 사건 중 유죄가 6만6천378명, 무죄가 71명으로 무죄율 0.1%였고 2007년에는 유죄 6만9천135명, 무죄 97명으로 무죄율 0.14%였다.
또 2006년의 경우 유죄 7만3천471명, 무죄 92명으로 무죄율 0.125%였다.
총괄심사검찰관 제도가 없었던 시기인 2000년대 중후반의 무죄율이 제도 도입 이후인 2017∼18년에 비해 오히려 더 낮았던 것이다.
특수부가 맡는 소수의 중대사건에 대한 수사검사 견제시스템이 전체 무죄율 변화로 연결될 여지는 애초부터 미미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일 검찰의 무죄율 차이를 만든 요인으로는 수사 검사 견제시스템보다는 양국 검찰의 검사(檢事) 평가방식과 수사 관행의 차이, 사법부의 공판중심주의 등이 더 직접적이라는 견해가 있다.
우선 검찰의 경우 검사가 반드시 유죄를 받는다는 확신이 있을 때 기소하고, 애매하면 기소하지 않는 것이 일본 검찰의 대체적인 관행이다.
한국 검찰은 다소 애매해도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기소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일본 유학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익명 인용을 전제로 한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 검찰은 피의자가 '나쁜사람'이라는 판단을 하면 무죄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법정에 세운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그런 식으로 기소한 사건에 대해 무죄가 나오더라도 검찰 조직 차원에서 수사상의 잘못을 추궁하기보다는 '법원과의 견해 차이'로 정리하고, 해당 검사 평가때 감점 요소로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반면 일본 검찰은 무죄 사건에 대해 수사검사의 책임을 강하게 추궁하는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또 한국 법원이 검찰 기소 내용을 거의 비판 없이 수용한 과거의 '고무 도장' 관행에서 점점 탈피해가고 있는 점도 한일 무죄율 차이의 한 배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중견 판사는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의 많은 형사사법 제도가 일본을 참고한 측면이 있지만 최근 피고인의 방어권, 피의자의 인권, 공판 중심주의 등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는 면이 있는데 그것이 무죄율 차이의 한 요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우리나라 판사에게서 인식의 변화가 있다"며 "판사들이 과거 법원과 검찰을 상호 협력하는 기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이제는 검사와 피고인을 대등한 당사자로 간주하고 제삼자 입장에서 재판한다는 입장이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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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사실…2017·18년 각각 한국 3%대, 일본 0.2%대
日 '수사검사 견제제도' 도입이 주된 원인인지는 불확실 우리나라 검찰이 기소한 사건 중 무죄 판결을 받는 비율이 일본에 비해 상당히 높다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말은 과연 사실일까?
추 장관은 지난 11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기소 이후 무죄율이 상당히 높다"며 "일본은 이런 통제 장치(공판 담당 검사가 기소 전 단계에서 수사 검사의 수사 적법성 등을 검증하고 의견을 내는 총괄심사검찰관 제도)를 거친 이후에는 기소 단계에서도 민주적 통제를 통해 기소 이후 무죄율이 낮다"고 말했다.
검찰 안에서 수사를 하는 검사와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검사를 달리하는 이른바 '수사-기소 검사 분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일본 사례를 거론한 것이었다.
추 장관 말처럼 한국 검찰의 '무죄율'이 일본 검찰에 비해 높다는 점은 양국의 공식 통계가 말해준다.
2019 한국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8년 전국 지방법원에서 선고가 이뤄진 형사재판 1심의 피고인 총 수는 23만7천699명이다.
이 가운데 면소, 공소기각 등을 제외하고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 수가 20만6천808명, 무죄 판결은 받은 사람 수는 7천496명이다.
무죄를 받은 사람 수(7천496명)를 유·무죄 피고인 합계(21만4천302명)로 나누면 무죄율은 약 3.5%다.
반면 일본 법원(재판소) 홈페이지의 '사법통계'에 따르면 2018년 일본 지방재판소(1심 법원)의 피고인 6만8천163명 가운데 면소, 공소기각 등을 제외하고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 수가 4만8천507명,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 수가 105명이다.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무죄율은 0.216%가 나온다.
이와 같은 계산 방식을 2017년의 양국 판결 통계에 적용하면 한국의 무죄율은 3.75%, 일본의 무죄율은 0.22%다.
그렇다면 2010년대 들어 도입된 일본 검찰 내부의 수사검사 통제 장치가 이런 차이를 만든 주된 원인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보다는 양국 검찰의 문화 및 관행, 법원-검찰 관계 등의 차이가 주된 배경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본은 2009년 오사카 지검 수사검사의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자성 속에 수년의 검토를 거쳐 총괄심사검찰관제를 도입했다.
검찰 특수부가 맡는 중요 사건에서 공판 검사가 특수부 수사 검사의 수사 적법성 등을 감시하고 검증해 기소 결정 시 의견을 내도록 했다.
그러나 그런 제도를 고민하기 이전부터 일본의 무죄율은 한국에 비해 극히 낮았다.
일본 사법통계에 따르면 2008년 일본 1심 법원에서 처리한 사건 중 유죄가 6만6천378명, 무죄가 71명으로 무죄율 0.1%였고 2007년에는 유죄 6만9천135명, 무죄 97명으로 무죄율 0.14%였다.
또 2006년의 경우 유죄 7만3천471명, 무죄 92명으로 무죄율 0.125%였다.
총괄심사검찰관 제도가 없었던 시기인 2000년대 중후반의 무죄율이 제도 도입 이후인 2017∼18년에 비해 오히려 더 낮았던 것이다.
특수부가 맡는 소수의 중대사건에 대한 수사검사 견제시스템이 전체 무죄율 변화로 연결될 여지는 애초부터 미미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일 검찰의 무죄율 차이를 만든 요인으로는 수사 검사 견제시스템보다는 양국 검찰의 검사(檢事) 평가방식과 수사 관행의 차이, 사법부의 공판중심주의 등이 더 직접적이라는 견해가 있다.
우선 검찰의 경우 검사가 반드시 유죄를 받는다는 확신이 있을 때 기소하고, 애매하면 기소하지 않는 것이 일본 검찰의 대체적인 관행이다.
한국 검찰은 다소 애매해도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기소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일본 유학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익명 인용을 전제로 한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 검찰은 피의자가 '나쁜사람'이라는 판단을 하면 무죄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법정에 세운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그런 식으로 기소한 사건에 대해 무죄가 나오더라도 검찰 조직 차원에서 수사상의 잘못을 추궁하기보다는 '법원과의 견해 차이'로 정리하고, 해당 검사 평가때 감점 요소로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반면 일본 검찰은 무죄 사건에 대해 수사검사의 책임을 강하게 추궁하는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또 한국 법원이 검찰 기소 내용을 거의 비판 없이 수용한 과거의 '고무 도장' 관행에서 점점 탈피해가고 있는 점도 한일 무죄율 차이의 한 배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중견 판사는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의 많은 형사사법 제도가 일본을 참고한 측면이 있지만 최근 피고인의 방어권, 피의자의 인권, 공판 중심주의 등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는 면이 있는데 그것이 무죄율 차이의 한 요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우리나라 판사에게서 인식의 변화가 있다"며 "판사들이 과거 법원과 검찰을 상호 협력하는 기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이제는 검사와 피고인을 대등한 당사자로 간주하고 제삼자 입장에서 재판한다는 입장이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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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