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계속 됐다면 '기생충' 빛 못 봐"
"한국 민주주의 승리" 극찬까지
'기생충'의 낭보에 미국 언론들이 이미경 CJ 부회장에 대해 주목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이미경 CJ 부회장, 봉준호 감독, 송강호가 (지난 정권에서)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며 "블랙리스트가 계속됐다면 '기생충'은 오늘날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더불어 '기생충'의 성과를 "한국 민주주의 승리"라는 평을 덧붙였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1일 "'기생충'의 재정적인 후원자는 식품 제조사로 출발했다"는 제목과 함께 "CJ는 미국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에선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규모가 큰, 70년 가까이 된 재벌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또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으로 호명된 후 소감을 말한 이미경 CJ 그룹 부회장에 대해서도 "삼성그룹 창업주이자 1950년대 설탕과 밀가루 제조사로 CJ를 세운 이병철 선대 회장의 손녀"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 부회장과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재현 CJ 그룹 회장이 1995년 할리우드 음악산업 쪽에 목표를 두고 드림웍스SKG에 3억 달러를 투자해 약 11%의 지분을 취득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부회장의 영향력이 할리우드 곳곳에 미치고 있다고 전한 것.
미국의 또 다른 경제전문지 포춘은 "'기생충'의 최대 재정적 후원자는 한국 최대 재벌가 일원인 이미경 부회장"이라며 "이 부회장은 영화인을 비롯한 예술가들을 지원해 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즈는 이미경 부회장이 '기생충' 투자, 배급을 맡았다고 밝히면서 이 부회장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이 부회장은 "'기생충'을 18번 봤다"면서 "처음 봤을 땐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기생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보니 서로 기생하고 있었다"며 "결국 서로를 존중하고, 선을 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영화였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미경 부회장은 봉준호 감독과 10년 전 '마더'를 함께 하며 인연을 맺었다. '마더' 프로젝트가 기대만큼 흥행에는 성공하진 못했지만 봉준호 감독에 대한 지원을 이어갔다.
'기생충'이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을 때부터 아카데미에 앞서 진행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을 때에도 이미경 부회장은 봉준호 감독과 함께 했다.
지난 10일(한국시간) 진행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책임 프로듀서(CP) 자격으로 수상 소감을 밝힌 이미경 부회장은 "나는 봉준호 감독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며 "'기생충'을 사랑하고, 응원하고, 지원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한국 관객들은 항상 가감없는 피드백을 해준다"며 "한국 관객들이 있었던 덕분에 '기생충'과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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