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도 아카데미 수상 기생충 극찬…"혁명적 순간…세계 영화사 다시 써"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는 이탈리아 노래 '칸초네'(canzone)가 삽입돼 있다.

영화 중반부에 부자의 저택 안에서 빈자와 빈자가 서로 엉겨 붙어 싸우는 장면에서다.

삽입곡은 이탈리아의 명가수 잔니 모란디(76)가 부른 '당신 앞에 무릎 꿇고'(In Ginocchio Da Te)라는 노래다.

박력 있으면서도 웅장한 느낌이 영화 속 슬프고도 비참한 빈자들의 싸움을 더 역설적이고 극적으로 만든다.

이 노래를 부른 잔니 모란디도 기생충을 꽤 인상적으로 본 듯하다.

한때 청춘스타로 이름을 날린 모란디는 현지 일간 '라 레푸블리카' 12일자(현지시간) 지면에 실린 인터뷰에서 "몇 달 전 이미 기생충을 봤다"며 "역설과 직관력으로 가득 찬 매우 인상적인 블랙 코미디"라고 감상 소감을 밝혔다.

모란디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반지하 방에서 와이파이를 잡으려 노력하는 인물들의 모습과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부자 부부가 사랑을 나누는 것 등을 꼽았다.

물론, 자신의 노래가 배경으로 흐르는 빈자들의 난투극도 '베스트 신'으로 언급했다.

빈자와 부자의 모습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며 빈부격차 문제를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잘 묘사했다는 평이다.

모란디는 '봉준호 감독이 당신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말에 "나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가서 그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그는 "감독의 부친이 이탈리아 음악을 즐겨 듣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아마도 (이런 영향으로) 봉 감독이 유튜브에서 '당신 앞에 무릎 꿇고'를 찾아 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탈리아 주요 언론들도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을 1면에 실으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1면을 포함해 3개 면을 할애해 아카데미 소식을 전한 진보적 색깔의 라 레푸블리카는 "올해 아카데미의 주인공은 흑인도, 여성도, 미국의 백인 남성도 아닌, 바로 기생충"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최근 수년간 그랬듯이 가장 지루하고 예측 가능할 것 같은 (아카데미의) 밤이 돌연 '가장 혁명적인 순간'으로 변했다고 평했다.

아울러 아카데미 역사상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 후보로 선정된 것은 총 9번인데 기생충이 사상 처음으로 수상을 실현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보수 성향의 유력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도 1면에 트로피를 들어 올린 봉준호 감독 사진을 크게 실으며 "기생충이 세계 영화사를 새로 썼다"고 극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