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설계용역 착수보고회 개최…"참혹한 현장 보여달라"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잔혹한 고문이 자행된 505보안부대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면서 그 주변을 미래세대(어린이)를 위한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나왔다.

광주시는 12일 광주시청 18층 회의실에서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회장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을 초청해 505보안부대 원형복원 및 리모델링 설계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일부 자문위원들은 505보안부대가 포함된 3만8천459㎡ 규모의 부지를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 배움의 공원'으로 만드는 기존의 계획에 우려를 나타냈다.

해당 부지는 2016년 5년마다 한 번씩 수립되는 5·18기념사업 마스터플랜에 따라 '어린이 꿈의 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 잡혀 있다.

한 자문위원은 "5·18 사적지가 가진 현장성과 그에 맞는 고유한 특성이 있다"며 "505보안부대는 많은 시민이 강제로 연행돼 고문을 당했던 역사의 현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참했던 역사의 현장을 그대로 재현하고 나타내는 것이 중요한 곳"이라며 "그걸 뛰어넘어 미래세대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자문위원은 "테마 설정을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505보안부대 복원과 공원 조성이 서로 동떨어진 채 만들어질 수 있다"며 "505보안부대 원형 복원이 방문객들에게 와닿게 하려면 어린이를 중심으로 하는 공원 조성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5·18을 직접 겪지 않은 사람들은 고문이 있었다는 것만 알지 당시의 분위기나 공포의 상황까진 잘 알지 못한다"며 "이런 공간에서 그런 참혹했던 느낌들을 실감할 수 있도록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공원 조성은 다른 부서에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담당 부서에 충분히 전달하겠다"며 "올해 마스터플랜이 다시 수립될 때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505보안부대 건물 6개 동 가운데 4개 동(본관·식당 이발소·면회실·위병소)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고 나머지 2개 동(내무반·연립관사)은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했다.

시는 이들 건물에 대해 1980년 5월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원칙을 토대로 설계용역을 진행 중이다.

특히 고문이 자행된 본관 지하 1층에는 밀랍 인형을 활용해 취조실과 고문실을 그대로 재현할 계획이다.

/연합뉴스